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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1일 ‘아줌마의 날’을 아시나요
뉴스종합| 2015-06-01 11:06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결혼 4년차를 맞은 A(34ㆍ여) 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혹독한 5월’을 보냈다. 어린이날엔 지친 몸을 이끌고 아이와 함께 놀이공원을 가야만 했고, 어버이날엔 시부모님을 모시고 저녁을 먹었다. 올해는 시아버지 환갑까지 겹쳐 손수 저녁 상을 차리는 등 말일까지 쉴틈없이 보냈다. A 씨는 “이번 달에는 생활비를 제외하고도 150만원 가까이 더 쓴 것 같다”면서 “돈도 돈이지만 모든 일이 내 손을 거쳐야만 되는 상황이 너무 힘들어 다 놓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아이 뒤치다꺼리에 시부모ㆍ친정부모 봉양 등으로 평소보다 더 큰 노력과 비용을 쏟아부어야 했던 5월이 지나자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 한숨을 돌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일부 ‘아줌마’들은 벌써 16년째 5월의 마지막 날을 ‘아줌마의 날’로 삼고 그 동안 가족들에 치여 ‘숨죽였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일 주부포털사이트 ‘아줌마 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 목동에서 열린 제16회 아줌마의 날 행사에 200여명의 아줌마들이 몰렸다.

아줌마의 날은 지난 2005년 일부 주부들이 가정의 달 5월의 마지막 날을 ‘아줌마 자신을 위한 날’로 정하자고 뜻을 모으며 시작된 것으로, 법정 기념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적잖은 주부들이 집에서는 드러내지 못했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해마다 이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올해는 가정과 사회의 발전 등을 위해 주체적 역할을 다하자는 의미에서 ‘아줌마 헌장’ 선포식도 열었다.

‘아저씨’가 가정을 이끌기 위해 집 밖에서 고군분투한다면, ‘아줌마’, 매일 집으로 ‘출근’하고 있다. A 씨는 “밤마다 우스갯소리로 ‘이제 퇴근하니 찾지 말아달라’고 하지만, 실상 하루 24시간 식구들을 챙기고 있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등은 잊은지 오래”라고 말했다.

주부 B(50ㆍ여) 씨도 “미혼일 땐 남 눈치 안 보고 하고싶은 것, 사고 싶은 것 마음껏 하고 다녔는데 애들을 키우며 내가 제일 뒷전이 됐다”면서 “그래도 내 남편, 내 아이가 밖에서 떳떳하게 다니는 게 좋으니 불만은 없다”고 했다.

내 가족을 위한 자발적인 희생이지만, 그래도 이런 희생을 ‘당연하다’ 여기는 가족들이 야속할 때도 있다. B 씨는 “밥을 해도 항상 버리는 게 더 많아 찬밥을 모아 먹었더니, 딸이 ‘왜 엄만 맨날 궁상맞게 찬밥만 먹냐’고 짜증을 냈다”면서 “밥을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쓰레기통에 남편이 벌어온 ‘돈’을 버릴 순 없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결혼 2년차 C(34ㆍ여) 씨도 “어느 날 남편이 ‘당신도 아줌마 다 됐네’라고 했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면서 “당연히 미혼일 때보다 나에 대한 시간적ㆍ물질적 투자가 다른데 똑같길 기대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아줌마닷컴 관계자는 “세상엔 남성, 여성, 아줌마가 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아줌마는 억척스런 이미지”라며 “아줌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여성이고 엄마이며, 부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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