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메르스와 청와대의 침묵
뉴스종합| 2015-06-02 10:00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지난 1일 여야는 법률안 시행령 개정 요구권을 둘러싼 국회법 개정안으로 치열하게 대치하는 와중에서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메르스 감염자가 계속 증가하는 등 확산 조짐을 보이는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의 뜻이 한 곳으로 모아진 것이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관계자들을 국회로 불러 긴급 당정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은 환자를 통합해 격리하도록 주문하는 등 정부에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메르스 대책 논의 역시 여당에 못지 않았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지난달 31일 충북 오송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를 직접 방문,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대응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새정치연합은 또 2일 원내대책회의에 문 장관을 참석시켜 현황보고를 받을 계획이었으나 문 장관의 일정상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국회의 움직임과는 달리 청와대와 정부는 늑장ㆍ부실 대응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청와대의 움직임은 이해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관계부처의 초기 대응 미흡과 함께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예전 같으면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의 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직접 방문해 국민들의 메르스 공포 차단에 나섰을 것이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민심은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메르스의 확산세는 심각하다. 2일 현재 2명이 사망하고 ‘3차 감염자’까지 발생했다. 국민의 메르스 공포를 해소해줄 대통령의 책임있는 말 한마디와 직접적인 행동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일 박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정마비’ ‘행정부 무력화’ 등의 강력한 발언만 부각됐다. 또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거부권 시사는 물론 국회와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메르스’는 뒷전으로 밀리는 인상을 줬다.

정부입법권 침해를 우려하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당장 발등의 불은 국민의 메르스 공포를 해소하는 일이다.

세월호 정국을 겪으며 청와대의 침묵이 얼마나 많은 갈등을 야기시키고 그에 따른 비용과 국정동력을 허비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은 정치인이기 전에 대한민국 최고 국정 책임자라는 점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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