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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불신 팬데믹]”703곳 문닫았는데 왜 우리아이 학교는 휴교 안하나…”
뉴스종합| 2015-06-04 07:18
감염우려에 “학습지쌤도 오지 마세요”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밤 사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가 5명 추가돼 35명으로 늘어나는 등 위험이 커지면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메르스가 학교를 중심으로 전파된 것이 아닌데도 휴업을 요청하는 민원이 교육청으로 쇄도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한 괴담까지 발생하면서 보건ㆍ교육당국에 대한 불신 팬데믹 (pandemicㆍ대유행)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관한 우려가 커지면서 휴업하는 유치원과 학교가 500개를 훌쩍 넘어섰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휴교나 휴업은 ‘경계’ 단계에서 작동하는 방안이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학교의 아이들이 주초 휴업이 결정되자 집으로 귀가하고 있다. 윤병찬 기자/yoon@heraldcorp.com

4일 현재 교육당국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703개 유치원 및 학교가 휴업에 들어가는 등 전국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무더기 휴업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청과 일선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 경기 지역의 학부모들이 학교 휴업 요청을 지속하고 있어 휴업 학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휴업 공지가 온 학교와 현재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이 “교육청에서 불안감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학교의 휴업을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등의 추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최모(29ㆍ여) 씨는 “학부모들이 전화해 강남쪽 학교도 휴업하는데 왜 우리학교는 휴업을 하지 않느냐며, 지역별로 차별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항의까지 했다”며 “휴업을 요구하는 민원이 많아져 학교에서도 재차 긴급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으로 메르스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는 신종플루 확산 때 이상으로 높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초등학생을 키우는 학부모 하모(42ㆍ여) 씨는 “학습지 선생님을 당분간 오지 말라고 했다”며 “학교가 휴업하지 않으면 그냥 안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교육청이 학교를 통해 발송하는 공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각급 학교에게 “최근 2주 이내(5월18일~조사일까지)에 입국한 중동지역 방문 후 입국한 학생 및 교직원의 수를 보고하라”고 지시하자, 학부모들은 “사람 수를 줄이려고 2주로 한정한 것 아니냐”며 “최초 전파자가 입국한 날짜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교육청 공문에서 시민들의 조롱을 산 바 있는 ‘낙타고기를 먹지말라’는 지침이 또 다시 등장해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경기도 같은 곳은 일괄 휴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까지 하고 있다.

교육청은 이에 대해 “학교 단위별로 교장 재량 하에 휴업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경기도는 지역별로 느끼는 위험체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괄 휴업을 하는 것에 대해 학부모 간 의견이 분분하다”며 “메르스가 학교를 중심으로 전파됐다는 증거가 없는 상황이고, 증상이 뚜렷이 있는 학생이 발견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휴업에 대한 교육계 내부의 의견도 분분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메르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일선 학교장에게 휴업의 재량권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교총은 전날 한국교총 회관에서 시ㆍ도 교총사무총장 연석회의를 열고 “학생과 학부모의 휴교 요청이 이어지는 가운데 명확한 지침이 없이 보건 전문 지식이 부족한 학교장에게 재량 휴업에 대한 판단을 맡기는 것은 예방대책 마련과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휴업을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의학적 정보와자료를 일선 학교에 제공하고 교육당국 차원의 통제를 해야 한다”며 “휴업·휴교의 선택 기준을 교육 당국이 명확히 학교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교육부는 메르스 확산 상황에 따라 학교장이 교육·보건당국과 협의해 예방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휴업을 결정하도록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총은 일선 학교가 수학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경우에는 위약금 부담에서벗어날 수 있도록 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총은 “일부 학교에서는 수학여행, 체험활동이 취소 또는 연기됨에 따라 위약금 부담이 생기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처럼 정부가 앞장서 관광업계의 전향적인 협조를 이끌어 학교가 위약금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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