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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개념 보건R&D…예고된 재앙
뉴스종합| 2015-06-04 11:06
지난해 신종 감염병 예산 11억 삭감
美의 ‘200분의 1’ 수준 217억원 불과
대응체계 구축·전문인력 확충 ‘공염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수가 35명으로 증가하면서 최악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신종 감염병 연구ㆍ개발(R&D) 투자에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안이한 보건 의식이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신종 감염병 R&D 예산이 도마 위에 올랐다.

메르스 같은 신ㆍ변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R&D 예산 규모가 미국의 2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당시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보산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등 감염질환 분야 R&D 예산이 지난해 217억원으로 2013년보다 11억원 감액됐다.

미국 국립감염병연구소 R&D 예산(5조원)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특히 신종 감염병 진단ㆍ치료ㆍ예방기술 연구 부문 예산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국감에서 이 문제가 지적되자 정기택 보산진 원장은 “농림부, 환경부 등과 다부처 공동기획을 통해 예산을 늘려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올해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의 2015년 보건의료 R&D 관련 예산 총액은 6850억원이다.

이 중 감염병 대응ㆍ관리 등과 관련된 R&D 예산은 307억5500만원으로, 전체 보건의료 관련 R&D 예산의 4.4%에 그쳤다.

이는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지난해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에 대해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비판이 더욱 거세다.

실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월 ‘2014 법정감염병 진단ㆍ신고 기준’을 개정하며 메르스를 제4군감염병에 추가했다.

제4군감염병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처럼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해외 유행 감염병으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에서 메르스가 빠르게 확산하며 국내 유입될 위험성이 커지자 나온 대응조치였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해 8월 6일 에볼라 예방대책 관련 긴급 현안보고에 나와 “메르스와 관련해서는 이미 여섯 차례나 비상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문인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한편 청와대는 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열어 글로벌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응력 제고를 위해 감염 분야 의료인력 보강을 적극 추진하고 이를 위한 소요예산을 내년 질병관리본부 예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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