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경제지표 개선 등 영향…獨 10년물 국채 7개월만에 0.897%로 인상
이틀간 상승폭 1998년 이후 최대치…美국채금리도 11bp 급등 2.37% 기록
드라기 “변동성 높은 상황 익숙해 져야”
글로벌 자산시장 상당한 혼란 불가피
전세계 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다. 지난 6년간 ‘양적완화’ 정책이 가져온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이 다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지만, 자산시장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3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있었던 통화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낮은 수준의 금리에서 자산 가격은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CB는 이날 기준금리인 ‘레피(Refi)’금리를 예상대로 사상 최저 수준인 현재의 0.05%로 동결했다. 또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예탁하거나 빌릴 때 적용되는 하루짜리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0.20%로 유지했다.
시장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경제지표 개선에 따른 인플레이션 용인으로 해석했다. 실제 전일 발표된 독일의 고용지표는 크게 개선됐다. 또 이날 ECB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기존의 0%에서 0.3%로 올렸다.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사상 최고치인 0.897%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이틀간의 상승폭인 32bp (1bp=0.01%)는 1998년 이후 최대폭이다. 대서양 건너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도 11bp 급등한 2.3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다.
4일 국내 증시에서도 유럽과 미국의 금리급등 영향으로 채권 금리는 상승세다.
이같은 유로존 발 금리상승은 자산시장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그동안 달러에 비해 약세를 보였던 유로화의 강세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경제지표 회복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재료지만, 금리상승으로 인해 저금리의 힘입어 자산시장을 휩쓸고 다녔던 캐리트레이드(carry-trade) 자금이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 신흥시장에서 이뤄진 자금이탈 현상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유럽과 미국의 금리상승이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다.
유럽과 미국의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이다. 그만큼 시장에 유통되는 국채 물량이 줄어 작은 재료에도 금리가 큰 폭으로 출렁인다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빠른 금리상승은 채무자의 빚 부담을 늘린다. 따라서 금리가 지나치게 빠르게 상승할 경우 각 국의 금융당국이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