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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잇단휴강…‘死교육1번지’ 된 대치동
뉴스종합| 2015-06-04 12:01
관할구역 메르스 환자 괴담 확산…인근 초등학교등 휴업 돌입
아이들없는 놀이터·커튼처진 창문…교육활성화 지역 활기 실종


“아직 휴업 안한 학교들도 있다는데 때가 어느 때인데 빨리 해야죠.”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메르스 우려로 대치초등학교와 인근의 일부 학원들이 이번주 전면 휴업에 들어가면서 종전에 볼 수 있었던 교육 활성화 지역 특유의 활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4일 오전 대치동 아파트 골목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엄마들 사이에서 메르스 때문에 난리가 아니다. 자정 넘어서 반 채팅방에서 휴업 문자를 받았다는 엄마도 있다”고 말했다.

휴교로 등교하지 않은 초등생 손녀와 함께 사우나를 가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마스크 쓰고…수능 모의평가> 메르스가 확산하는 가운데 4일 서울 풍문여고 학생들이 마스크를 낀채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시험을 보고 있다. 전국 208개 고등학교와 322개 학원에서, 재학생 54만7786명, 졸업생 7만40003명 등 총 62만1789명이 참가한 가운데, 경기도 내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시험을 보지 않는 학생들이 생겨 실제 응시인원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윤병찬 기자/yoon7480@heraldcorp.com

대현초등학교 1학년인 손녀의 손을 붙잡고 있던 최윤희(63) 할머니는 “인근 초등학교 애들이 다 집에만 있다며 “그래서 우리 손녀애랑 목욕하러 가는 길이고 피아노 등 학원 수업도 안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은마종합상가 앞에서 만난 초등학생 1학년 학부모 김모(37·여) 씨는 “큰 학원들은 대부분 휴강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우리 애 다니는 학원은 아직 연락이 없어서 보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학원가 주변엔 차들만 지나갈 뿐 거리를 걸어가는 인적은 드물었다.

휴업령이 내려진 대치동의 한 초등학교.

기자가 학원가를 중심으로 주변을 이동해봤지만, 한 시간 동안 초등학생은 한명도 만나볼 수가 없었다.

학원들이 곳곳에 자리잡은 상가 건물에서 휴업으로 커튼이 쳐진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학원이 밀집한 한 건물 안에 들어서자 불이 꺼져 있어 아예 문을 닫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대치동의 한 아파트 앞 놀이터. 평소 같으면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로 시끌벅적했을 이곳은 썰렁했다.

초등학생 손녀를 둔 한 할아버지는 “집에서 애랑 놀다가 바람 쐬러 나왔다”며 “오늘 학원에도 안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치동의 휴업 사태는 관할 구역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으로 촉발됐다. 자택격리 중 골프를 쳐 ‘50대 골프녀’로 알려진 여성이었다.

이 여성은 거주지를 벗어나 전북까지 골프를 치러 다녀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갖가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대치동의 한 학원은 ‘골프녀의 아들이 다닌다’, ‘메르스 의심 환자가 있다’는 괴담이 돌면서 문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 공간 접촉자로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학부모나 교사도 아니었고 학생과의 접촉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치동 부모들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지역 학부모 중에는 유독 의사들이 많다는 점도 메르스에 민감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대치동 학부모들의 활성화된 커뮤니티와 채팅방을 통해 학교·학원 휴업에 대한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이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서경원·박혜림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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