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별 투트랙 전략과 독보적인 디자인 철학, 화질에 대한 완고한 고집. 후지필름이 새롭게 선보인 하이엔드 미러리스 카메라 X-T10 이야기입니다. 자사의 전문가급 미러리스 카메라 X-T1을 그대로 축소했지만, 아날로그 DNA는 고스란히 이어받은 동생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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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X-T10은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 X-T1을 그대로 축소한 모델입니다. 여성이 들기에도 아담한 크기죠. ‘있어 보이는’ 효과는 덤입니다. |
광학기기 업체가 내놓는 제품들은 고급ㆍ중급ㆍ보급기 등 대상층이 명확합니다. 일부 인기 모델을 업그레이드해 새 제품군으로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성능을 유지하면서 크기를 달리해 출시하는 경우는 흔치 않죠. 스마트 기기처럼 판매량이 많지 않은 데다, 복잡한 로드맵이 마니아층에 혼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X-T10의 탄생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후지필름이 미러리스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포석이자,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신의 한 수’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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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따로 없습니다. X-T1과 나란히 놓고 보면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크기는 물론 다이얼의 쓰임새도 달라졌습니다. |
명칭에 ‘0’을 더해 ‘10’이 됐습니다. X-T1에서 근육을 살짝 덜어낸 듯한 외관이 첫 번째 특징이죠. 다이얼을 간소화하고 아날로그 특유의 감성은 그대로 간직했습니다. 타협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후지필름의 담대한 결단이 느껴진달까요? 크기는 약 119 x 83 x 41㎜로 X-T1보다 약 27% 작아졌습니다. 무게 역시 60g 정도 줄어든 381g(배터리ㆍ메모리카드 포함). 멀리서 보면 비슷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완벽한 ‘축소판‘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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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를 분리해 비교한 사진. 명확한 차이점은 크기와 무게. 27% 작아진 보디와 약 60g 정도 가벼워졌습니다. 되레 X-T1보다 짜임새가 있는 구성입니다. |
멋스럽고 직관적인 다이얼 수는 X-T1과 같은 3개. 하지만구성은 다릅니다. 감도(ISO) 다이얼 자리엔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이 있고, 셔터속도 다이얼과 노출보정 다이얼은 깜찍해졌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오토(Auto) 레버입니다. 교묘하게 숨은 레버를 젖히면 전자동 하이엔드 카메라로 변신하죠. 모든 판단을 X-T10에 맡길 수 있습니다. X-T1이 수동 필름카메라의 현대적 해석이었다면, X-T10은 진입장벽을 낮춘 대중적인 디지털 카메라로 재탄생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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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4> 다이얼 비교 사진. X-T10(위)의 다이얼들은 순환식이 아닙니다. 끝에서 끝까지 다시 가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오토-플래시 레버는 X-T1 사용자가 부러워할 부분입니다. |
오토 레버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초심자를 위한 배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편한 스타일로 바뀐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이 출발점입니다. 파노라마, 다중촬영, 고속ㆍ저속연사, 브라케팅에 두 개의 고급필터 모드가 추가됐습니다. 설정 값이 어렵다면 오토 레버를 젖히고 모드만 바꿔가며 사용하면 편합니다. 수동 다이얼과 오토 모드가 절묘한 궁합을 이루죠. 토이카메라의 발랄함부터 빛이 만들어내는 진중함까지, 예술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셔터속도 다이얼이 오토 레버를 품고 있다면,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은 플래시 레버를 품고 있습니다. 군함부에 절묘하게 숨은 내장 플래시를 꺼낼 수 있죠. 완성도도 좋습니다. 이중 철골구조가 든든한 버팀목으로, 또 플라스틱 소재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마그네슘 합금 보디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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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방수를 위한 실링 처리가 없는 점은 아쉽지만, 버튼 클릭감은 향상됐습니다. 각 모드 다이얼의 조작 느낌도 좋습니다. 앞-뒤에 있는 조절 다이얼은 마우스 휠처럼 매우 가볍게 돌아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
아쉽게 생활방수 기능은 빠졌지만, 버튼의 클릭감은 자연스럽게 향상됐습니다. 뷰파인더에 인접한 큼직한 뷰모드(View Mode) 버튼도 초심자에게 유용합니다. 반면 오른쪽 앞ㆍ뒤에 있는 조절 다이얼 감도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마우스 휠처럼 가볍게 돌아가 사용자가 모르는 사이 설정값이 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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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부에 숨은 팝업 플래시와 배터리. 배터리는 X-T1과 같은 모델이 들어갑니다. |
전자식 뷰파인더는 0.62배율의 236만 화소 OLED가 탑재됐습니다. X-T1의 0.77배율보다 약간 축소됐지만 불편함은 전혀 없습니다. EVF의 표시들이 작아져 오히려 더 깜찍한 느낌이죠. EVF에 표시되는 폰트도 더 작고 날렵해졌습니다. 크기가 다른 스마트폰 시리즈의 해상도가 다르다고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라이브뷰를 담당하는 틸트형 LCD는 3인치에 92만 화소, AF모드와 포커스 어시스트(Focus Assist)는 메뉴 속으로 흡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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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슘 합금 보디의 단단함과 초심자도 접근하기 쉬운 조작체계가 X-T10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
후지필름 X-T10 보디 단품의 가격은 99만9000원입니다. XF18-55㎜ 렌즈킷은 139만9000원, XF27㎜ 렌즈가 추가되는 더블렌즈킷은 159만9000원. 최상위 제품군인 X-T1 XF18-55㎜ 렌즈킷(199만9000원)과 비교하면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같은 가격대의 경쟁모델이 많다는 점은 X-T10이 넘어야 할 산이지만 말이죠. 하지만 디자인에 민감한 여성이나 필름 감성의 수동조작을 원하는 사용자라면 X-T10에 마음을 뺏길 겁니다. 축소판 못지 않은 뛰어난 성능과 멋이 소장가치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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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슈팅이 가능하도록 엄지 지지부가 있지만 그립감은 약간 아쉬운 편. 하지만 뛰어난 디자인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죠. |
후지필름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 X-T1에 버금가는 ‘X-T10 성능편’은 8일 이어집니다.
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