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순한 테킬라, 서구의 여름 주류문화로
헤럴드경제| 2015-06-08 11:29
테킬라의 계절이 왔다. 여름에 마시는 술하면 맥주, 칵테일이 먼저 떠오르지만 테킬라도 어느새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여름철 록페스티벌, 신촌ㆍ홍대의 클럽에선 테킬라를 들이키는 ‘파티 피플’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남미의 열정을 떠오르게 하는 테킬라. 그래서인지 테킬라를 단숨에 원샷하는 언니, 오빠들을 뭘 좀 아는 듯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손에 묻혀 둔 소금을 먹고 테킬라를 원샷한 뒤 라임이나 레몬을 씹는 데킬라 음주법은 멕시코 전통식이지 요즘 유행은 아니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젊은층 사이에선 테킬라에 얼음을 넣거나 칵테일로 만들어 조금씩 나눠 마시는 음주 문화가 확산 중이다. 이들에게 멕시코 전통 술 테킬라는 위스키, 코냑 같은 프리미엄급 술로 대접받는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최근 보도에서 “테킬라 산업이 전례없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이를 ‘테킬라 골드러시’라고 표현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클럽 ‘칠턴 파이어하우스’의 루이스 시모에스 매니저는 인디펜던트에 “최근 5년 사이 테킬라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호세 쿠엘보’를 그저 들이키지만은 않으며, 이제는 한모금씩 마신다”고 말했다.

런던의 또 다른 클럽 ‘아티잔 바’의 알렉스 크레이티나 수석 바텐더는 “요즘 테킬라가 잘 팔리는 술 중 하나인데, 우리는 다른 술과 섞은 칵테일로 만들어 판다. 멕시코의 마시는 초콜릿인 쇼콜라틀, 치포틀, 멕시코의 브랜디인 메즈칼을 섞은 칵테일을 추천한다”고 소개했다.

멕시코의 테킬라 수출은 사상 최대로 늘었다.

멕시코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테킬라 수출은 1년전에 비해 16% 늘었다. 지난해 수출액은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해외로 팔려나간 테킬라 양은 1억7200만리터로, 1995년(6450만 리터)의 약 3배 치다. 이는 올림픽 수영장 69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과 맞먹는다.

한때 싸구려 술이 어떻게 10억달러를 창출하는 고급 술이 됐을까. 인디펜던트는 그 답을 ‘할리우드’와 ‘멕시코’에서 찾았다.

2년전서부터 미국 배우와 팝스타들 사이에선 자신의 이름을 내건 테킬라 브랜드를 런칭하는 게 유행이 되다시피했다. 조지 클루니가 대표적이다. 그가 2013년에 레스토랑 경영자 란데 거버, 부동산 거물 마이크 멜드먼과 합작해 만든 ‘카사미고스(스페인어로 ‘친구들의 집’이란 뜻)’는 영국 등 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가수 겸 작곡가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901’이란 브랜드를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의 테킬라 TV광고에 직접 라임 분장을 하고 나와 팬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리듬앤블루스(R&B) 가수 크리스 브라운은 ‘보니타’, 뮤지션 카를로스 산타나는 ‘카사 노블’, 메탈 그룹 머틀리 크루 멤버 빈스 닐은 ‘트레스 리오스’의 주인이다.

헤어제품회사 폴미첼의 회장이자 헤어스타일리스트인 존 폴 디조리아가 만드는 ‘페트론’은 이미 프리미엄급 테킬라로 첫 손에 꼽히는 브랜드다.

멕시코 할리스코 지역 테킬라 주조 공장들은 가내 수공업 수준에서 대형 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데킬라의 주 재료인 블루 아가베(용설란)는 할리스코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블루 아가베는 산화철과 산이 풍부한 로스 알토스 토양에서 강렬한 태양을 받고 자란다. 수확기까지 무려 10~12년이 걸린다.

이 블루 아가베의 줄기를 잘라 벽돌 오븐에 넣고 가열하면 수액이 표면으로 올라 온다. 이 수액을 발효시키면 하얗고 걸쭉한 탁주 ‘풀케’가 된다.

한국의 막걸리처럼 풀케는 멕시코 서민들의 땀을 씻어주던 술이다. 풀케를 증류한 술이 테킬라다. 블루 아가베와 사탕수수 당분을 절반씩 쓰면 ‘믹스토 테킬라’다. 믹스토 테킬라는 싸지만 강한 숙취를 남긴다.

블루 아가베 당분을 100% 쓰면 프리미엄 테킬라로 분류된다. 숙성 정도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2개월 미만 숙성은 ‘블랑코’, 2~11개월간 숙성을 거치면 ‘레포사도’, 최소 1년 숙성은 ‘아네호’, 최소 3년 숙성은 ‘엑스트라 아네호’다.

/jsha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