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헤지펀드 시장 군침 흘리는 로펌들...국내도 김용준 전 헌재소장 가문이 엘리엇 대리
뉴스종합| 2015-06-09 10:01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고 나선 행동주의(Activist)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국내 법률대리는 법무법인 넥서스다.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첫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의 사위 최영익 변호사가 대표인 곳이다. 김 전 소장 본인은 물론 장남인 김현중 변호사도 이 곳에서 근무 중이다. 대한민국의 명망있는 법조가문이 세운 법률법인이지만 국내 대기업과 대립각을 세우는 글로벌 헤지펀드를 위해 일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명망있는 법률가와 로펌들이 헤지펀드 등을 위해 일하는 경우는 이미 미국에서는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기업과 헤지펀드 모두를 위해 일하는 법률가와 로펌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3년 전통의 로펌 ‘캐드월러더 위커셤 앤드 태프트’가 리처드 브랜드(35) 변호사를 고용했다고 전했다.

브랜드는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인 빌 애크먼의 ‘퍼싱스퀘어 캐피털매니지먼트 등을 위해 일했던 인물이다. 그는 동시에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기업들을 방어하고 인수합병(M&A)에도 참여하면서 기업이익을 대변하기도 했다. ‘창’과 ‘방패’를 모두 지닌 실력자인 셈이다.

WSJ은 대기업과 금융사들이 주요 고객인 캐드월러더가 브랜드를 통해 퍼헤지펀드사들을 고객사로 유치하려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캐드월러드의 크리스토퍼 콕스 회장은 WSJ에 “기업에 대한 행동주의가 로펌들에게 수익성 높은 사업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위한 사업부를 따로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 로펌들은 행동주의 투자자를 고객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꺼렸다. 최대 고객인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탐탁치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로펌들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업 및 금융기관 등 기존 고객과 새로운 고객인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동시에 대변한 경험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는 논리도 등장하고 있다.

로펌 ‘폴 와이즈 리프킨드 워튼 앤드 게리슨’은 최근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를 대신해 듀폰과 소송전을 벌였다. 타임워너케이블의 차터커뮤니케이션 매각에도 관여했다.

‘윌키 파 앤드 갤러거’와 ‘던 앤드 크러처’ 등의 로펌도 행동주의 투자자 대니얼 로엡이 운용하는 헤지펀드 ‘서드포인트’와 함께 일했다.

전직 변호사로 재무부에서 일하기도 했던 로버트 잭슨은 WSJ에 “오늘날 행동주의는 실제 돈이 된다”며 “로펌도 기업이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을 대변하는 것은 결코 없을 것이란 입장을 취하는 것은 소수의 기업들만이 가진 사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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