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朴대통령 訪美’ 등 떠미는 野, 속내가…
뉴스종합| 2015-06-10 11:19
오는 14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중동호흡기질환(메르스) 공포가 가시지 않고 있는 국내 상황 때문이다.

그런데 그 구도가 미묘하다. 여당 내에서 방미 취소 요구가 나오는가 하면, 야당 일각에서는 예정된 순방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야당 내 순방 찬성론은 당 지도부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전날(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고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는 정말 중요하다”면서“국민의 고통과 함께 하겠다는 진정한 마음을 국민에게 보여준다면 미국에 가나, 여기에 있나 무슨 차이가 있겠나”라며 박 대통령이 예정대로 방미 길에 올라야 한다고 했다.

또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메르스가 진정되지 않는 시기에 대통령의 부재로 국민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면서도 “한미정상회담에서 탄저균 한반도 유입 사과, 전문직 비자 쿼터 확보 촉구 등을 촉구해야 한다”며 성과있는 미국 순방을 주문했다.

야당 지도부의 이같은 ‘방미 옹호론’에는 최근 미-일 밀월, 사드 한반도 배치 등 한ㆍ미간 꼬인 실타래 풀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정부가 메르스 확산 방지에 팔을 걷고 나선 상황에서, 야당이 청와대와 정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전략적 계산도 읽힌다.

또 가뜩이나 부실한 메르스 대응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여권 전체가 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강행할 경우 더욱 거센 역풍을 맞게 될 상황을 굳이 막을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야당 일각에서 박 대통령이 외교적 현안 해결을 위해 미국 순방에 나서야 한다고 하는데, 이럴 경우 여권 전체에 쏟아질 비난 여론이 야당 입장에서는 일종의 반사이익이 될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 야당의 주장을 정치적 포석으로 분석했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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