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가족 장례식도, 병원도 못 가’…자가격리자 이중고
뉴스종합| 2015-06-11 10:23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메르스(MERS) 확진 환자 접촉으로 인한 자가격리자가 3000여명을 넘어서며, 정부는 지난 10일 이들의 생계 등을 위한 여러가지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질병 및 갑작스런 사고 등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격리된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다. 생필품 지급과 별개로 이들이 격는 또 다른 문제인 셈이다. 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 골절상을 입고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지난 7일부터 자가격리 중인 A(54ㆍ여) 씨는 며칠 새 통증이 더 심해지며 담당 구청 직원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구청 직원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이 직원은 A 씨에게 “일전에 방문했던 대학병원 측에 연락하라”고 조언했고, A 씨는 다시 대학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A 씨에게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자가용을 이용해 병원으로 오면 자가격리자들을 위한 예진실로 안내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이를 거부했다. 그는 “아무리 소독을 했다곤 하지만 괜히 메르스 자가격리자들이 오가는 곳에 갔다가 ‘진짜’ 메르스라도 걸리면 어떻게 되는 거냐”면서 “더욱이 내가 메르스 환자일 수도 있는데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구청 보건소 메르스 핫라인에 문의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당초 구청 측은 A 씨에게 “복용 약 등이 필요할 시엔 메르스 핫라인을 통해 요청하라”고 안내한 바 있지만, A 씨의 경우처럼 골절상을 입었을 땐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결국 A 씨는 핫라인 관계자에게 “대학병원에서 CT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전해달라”면서 추가 진통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튿날 오전까지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대전에 사는 또 다른 자가격리자 B 씨도 다리가 다쳐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병원에 갈 수 없단 말에 혼자 소독을 하고 붕대를 감아야만 했다.

지병으로 약을 꾸준하게 복용해야만 하는 경우엔 더욱 난감하다. 자칫 약이라도 떨어지면 당장 해결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자가격리자들의 고충은 또 있다. 환자가 아닌 환자 보호자들 중 일부는 자신이 격리를 당한 상황에서 환자가 사망하며 장례식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일을 겪기도 한다.

실제 경북에 사는 권모(59ㆍ여) 씨는 지난달 27일 간암 환자인 남편과 함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자택에 격리됐다. 그 사이 남편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고 끝내 지난 9일 숨을 거뒀다. 권 씨는 마스크와 고글, 장갑 등을 착용한 뒤에야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권 씨의 장남도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돼, 장례 준비도 차남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메르스 환자와 격리자에게 긴급생계자금을 지원하고 관광ㆍ숙박 등 메르스 피해 업종에 4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긴급생계자금의 경우 우선 한 달치로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4인 가구 기준 110만원이 지급된다.

rim@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