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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랩] 메르스 여론 악화에…訪美대신 ‘내치’ 선택한 朴대통령
헤럴드경제| 2015-06-11 11:10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연기 결정은 이례적이었다. 외교적 부담 때문에 방미를 미루긴 어려울 거란 예상을 깬 것이었다. 박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잡힌 해외 순방을 연기한 것도 처음이었다. 과거 비슷한 상황 때 내린 결정과도 비교가 된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1주기 때도 거센 국내의 비판 여론을 뒤로 하고 중남미 순방을 강행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였던 지난해 5월 중순 때도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미루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청와대는 방미 연기 이유에 대해 ‘국민이 (메르스로) 불안해 하는 상황에서 국민 안전을 챙기기 위해서’ 라고 설명했다. 이는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메르스 사태를 종식시켜 더 이상의 국정지지율 하락을 막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5%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사태가 과거 세월호 참사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와 달리 국민 전체가 메르스의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을 못 믿겠다는 국민이 70%에 달하면서 여론은 대통령에 등을 돌리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불안은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는 박 대통령의 경제 활성화 추진 동력을 위협하고 있다.

메르스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경제 회복에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경우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경제가 메르스로 침체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고심 끝에 ‘방미 일정 단축’보다 ‘연기’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은 이런 여러 정황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방미 연기로 정상회담의 적기를 놓쳤다는 아쉬움을 제기한다. 미일 신밀월 관계 구축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 도발 위협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한미 정상의 안보 공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두 정상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 지 예단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다.

외교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방미를 연기한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제 메르스 사태와 국회법 개정 현안 등 내치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등 돌린 민심을 다시 끌어안는 데 주력하는 일이 남았다. 

최상현 기자/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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