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협상단 철수한 IMF,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난항
뉴스종합| 2015-06-12 08:59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그리스와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던 국제통화기금(IMF) 대표단이 진전이 없다며 대표단을 철수해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커지고 있어 국제채권단은 협상시한을 내년 3월로 연기하는 ‘9개월 연장안’까지 고려했으나 긴축정책에 대한 그리스의 고집과 유럽 채권단의 미온적인 태도에 IMF가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대다수 주요 사안에 대해 큰 차이를 보였다”며 “최근 이런 차이들을 좁히는데 진전이 없었다”면서 협상이 진행됐던 벨기에 브뤼셀에서 철수한 이유를 밝혔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만난 뒤 “우리는 결정이 필요한 것이지 협상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내 생각에 그리스 정부는 조금 더 현실적이어야 한다”며 그리스를 압박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러면서 “더 이상 도박을 벌일 공간도 없고 시간도 없다.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누가 게임이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이날 브뤼셀 EU 본부 13층에서 있었던 협상에서 장 끌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과 치프라스 총리는 일부 문제와 관련해선 합의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회동 직전 채권단에 이달 말 끝나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내년 3월까지 9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럽안정화기구(ESM)의 자금 지원으로 ECB가 국채매입프로그램(SMP)을 통해 보유한 그리스 국채를 사는 조건에 동의한다면 구제금융 연장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그리스와 채권단은 구제금융 연장 필요성에도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FT에 따르면 치프라스 총리는 예상보다 더 강도높은 재정흑자 목표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긴축정책에 있어서는 의견이 갈렸다. 치프라스 총리는 에너지세 인상, 연금 삭감 등의 문제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이와 함께 FT는 유럽 채권단 측이 그리스의 부채 증가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길 원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좌절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유럽 채권단은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그렉시트)를 우려하는 반면, IMF는 그렉시트보다는 전 세계 경제의 건전성을 더욱 중시하기 때문에 채권단 사이에서도 시각차가 존재한다.

연금, 세금, 그리스의 재정적 요구 등을 쟁점으로 본 IMF는 협상이 정치적 논의로 전개되는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다음주 초까지 협상이 이뤄뤄지지 않을 경우 그리스와 유로존 각국 의회가 그리스 구제금융안을 통과시킬 시간이 충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는 IMF에 오는 30일까지 15억유로를 갚아야하고 내달 20일 35억유로 규모의 국채 만기가 도래한다.

그리스와 채권단이 연금 삭감과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현안에 합의할 경우 오는 18일 예정된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에서 9개월 연장안이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날 IMF가 그리스에 강경하게 나가면서 협상의 초점은 둘 간의 간극을 좁히는데 더 무게가 실렸다.

ygmoo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