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에게 귀한 낙타가 한국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메르스(MERS) 탓이다. 실물 낙타 뿐 아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미국 담배 ‘CAMEL(낙타)’도 기피 대상이다. ‘메르스 담배’라는 오명이 붙었다. 해프닝이다.
사실 낙타는 우리에게 익숙치 않다. 원산지가 중동 또는 아프리카여서 인연이 멀다. 낙타등의 혹에 물이 들었는지를 놓고 다투던 어릴 적 기억이 아련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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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와 우리나라의 인연은 악연으로 시작됐다. 고려태조 25년, 서기 942년이다. 거란은 낙타 50필을 보내며 고려에 러브콜을 보냈다. 태조는 “금수(禽獸)의 나라”라며 단칼에 내쳤다. 애꿎은 낙타들만 개경 만부교 아래에서 굶어 죽었다. 두 나라 사이는 완전히 틀어졌다. 고려 충선왕이 후에 이름 붙인 ‘낙타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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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의 코를 조심하라”는 중동우화가 있다. 추운 밤에 천막 안으로 낙타 코를 허용해주면, 이어 얼굴, 다리, 급기야 몸통까지 들어와 결국에는 주인이 쫓겨난다는 얘기다. 가볍게 여겨 처음에 방심하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진작 알았다면 이번 메르스 대처에 도움이 됐을까.
암튼 한국에 있는 낙타는 억울하다. 한국 내 46마리 모두 한국산 또는 호주산이다. 당연히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을 통한 메르스 감염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한다면 지나친 낙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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