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안놓치려 줄달음승차하자 갑자기 기침승객들은 하나같이 눈총난감속 “저 메르스 아니예요”중洞 지역주민 中東 오해 해프닝커피숍 시럽 세정제 착각도
난감속 “저 메르스 아니예요”…중洞 지역주민 中東 오해 해프닝
커피숍 시럽 세정제 착각도
“저 메르스 아니예요. 사레들린 거예요”
메르스가 어느새 일상이 되면서 이를 주의ㆍ경계하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화들이 생활 속에서 발생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내선순환 전동차 안. 출근길임에도 메르스 여파 때문에 평소보다 사람이 적어 대부분의 승객들이 자리에 앉아갈 수 있었다. 그러다 한 정차역에서 30대 남성이 헐레벌떡 타더니 빈자리를 성큼 가서 차지했다.
그런데 이 남성은 이번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뛰어왔는지 가쁜 숨을 몰아쉰 뒤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한두번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기침은 1분가량 지속됐고 인상을 찌푸리면서 이 남성을 째려보는 승객들이 늘어났다. 한쪽에선 마스크도 없이 지하철에서 기침을 하냐는 핀잔이 들렸고 기침이 멎지 않는 이 남성은 난처하단 표정을 지었다.
급기야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 남성에게 눈총을 쏘며 자리에 일어서기 시작했는데, 그때 이 남성은 다급히 “저 메르스 아니예요. 아침 먹고 빨리 뛰어오다 사레들린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외쳤다.
메르스가 어느새 일상이 되면서 이를 주의ㆍ경계하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화들이 생활 속에서 발생되고 있다.[게티이미지] |
이 얘기로 같은 전동차 안에 있는 사람들의 웃음을 한바탕 자아냈고 자리를 뜨려던 승객들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다.
철없는 학생이 메르스를 ‘악용’한 일화도 있다. 친구들과 함께 지하철에 탄 한 고등학생이 앉을 자리가 없자 좌석 앞에서 춥다는듯이 몸을 떨며 기침을 반복하다 자신이 메르스에 걸린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앞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일어나 다른 칸으로 이동했는데 그 학생은 친구들에게 “너희들 앉게 해주려고 연기한거야”라고 했다는 황당한 에피소드다.
비염 환자들도 대중교통 이용시 괜한 오해를 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일하는 회사원 양모(34) 씨는 “그냥 해마다 계절성 비염을 앓게 되는데 여름에 에어콘 나오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뭔가 코가 자극돼 재채기가 심해진다”며 “요새 같은 때는 재채기를 하며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고 손수건으로 가리고 하는데도 주변에 사람들이 피한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마에 비염 환자라고 붙여놓고 다닐 수도 없고 매번 누명을 쓰는 것 같아서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중동(洞)이란 동 이름을 사용하는 지역이 있는 도시에선 난데없이 비상이 걸리는 해프닝도 나오고 있다. 병원 방문시 체크해야 되는 필수 문진 항목 중 중동(中東)에 다녀온 적이 있는지 여부가 있는데 중동 주민들 중에서 무심코 ‘그렇다’에 표시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사는 한 할아버지가 기침과 열이 나서 해운대 백병원에 찾아갔는데 중동에 다녀왔다고 잘못 체크해 병원 응급실이 한때 폐쇄됐다는 일화가 SNS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병원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세정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한 커피전문점에서 수거대 위에 올려진 시럽을 세정제로 착각하고 손을 비벼 낭패를 봤다는 글이 온라인 유머로 회자되기도 했다.
또 메르스로 악수를 꺼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어른이 청하는 악수도 눈인사로 대체하려다 꾸중을 들었다는 사연, 손 청결을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도 팔꿈치로 누르면서 귀가 후 팔꿈치 씻는 습관이 생겼다는 사람 등 메르스로 “웃기면서도 슬픈’ 생활 에피소드들이 늘고 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