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인수전의 윤곽이 안개속에서 차츰 드러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인수의향서 상으로는 모두 9개 업체(컨소시엄)이 참여했지만 실수는 3, 4개로 압축된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여타 상당수는 업계 동향파악, M&A 흥행을 위한 허수로 판단되고 있다.
이같은 근거는 사업의 절박성. 인수의지가 누구보다 강력할 수밖에 없다. 이 기준으로 보면 삼표그룹 대 한일시멘트ㆍ아세아시멘트 컨소시엄 2개로 좁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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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시멘트 본사와 삼척공장 |
레미콘업체인 삼표는 알려진대로 동양시멘트 재무담당 임원과 전 대표이사까지 일찌감치 고문으로 영입하며 인수전략을 짜 왔다. 시멘트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수직계열화를 완성, 시너지효과와 동시에 원가구조를 단순화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자금문제에도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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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수의향서를 받아보니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시멘트업계 2위 한일시멘트와 7위 아세아시멘트가 갑자기 손을 잡고 들어온 것.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던 만큼 양사가 느끼는 절박성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만 것이다. 합작투자 비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 재무성과가 가장 좋은 2개 회사의 연합인 만큼 자금여력도 더 커졌다.
양사는 내륙에 위치한 시멘트회사로서 물류경쟁력을 위해선 항구라는 입지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동양시멘트는 삼척과 동해에 본사 및 사업장이 있다. 게다가 업계 3위인 동양시멘트를 손에 넣을 경우 단숨에 1,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역시 규모의 경제 실현, 비용절감, 시너지효과 등이 커지는 셈이다.
또 사모투자사(PE)를 끼고 자금동원력을 과시하며 양사를 긴장케 하는 후보군도 있다.
업계 5위인 라파즈한라시멘트는 글랜우드PE, 베어링PEA라는 2곳의 PE를 엮고 들어와 심상찮은 인수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사는 세계시장 1위인 라파즈그룹 자회사로, 글로벌 시장재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쌍용양회 3대주주로서 시멘트업계에 발을 담근지 오래된 한앤컴퍼니도 1조3000억원대의 2호 사모펀드를 동원할 수 있어 경쟁사들이 가장 긴장하고 있다.
복수의 시멘트ㆍ레미콘업계 관계자들은 “매각기준이 결국 가격이라는 점에서 자금력을 무시할 순 없다. 입찰가격 차이는 눈치작전을 거쳐 상당히 좁혀질 수도 있다”, “자금력을 앞서는 것은 실제 시멘트 연관사업자로서의 절박성일 수밖에 없다. 몇 백억원 차이로 의사결정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2, 3개로 좁혀서는 봐야 하는 게 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법정관리 중인 동양시멘트 매각 대상 지분은 (주)동양 보유 54.96%와 동양인터내셔널 보유 19.09%다. 동양 지분과 동양인터내셔널 지분을 따로 사거나 전체(74.05%)를 한꺼번에 인수할 수 있다. 여기에 주주총회 특별결의요건이 되는 동양인터내셔널 3분의 2의 지분(12%)만 사도 되도록 허가했다. 시장에서는 이 가격을 경영권프리미엄을 포함해 대략 6000억~7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