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부유층은 “유로존 잔류” vs 서민은 “탈퇴”…돈앞에 ‘분열된 그리스’
뉴스종합| 2015-06-22 11:47
부유층, 그렉시트 반대 왜?
해외 자녀유학·부동산투자 등 큰 혜택…일부 기업인·지식인 등 현정부 비난
서민들, 그렉시트 찬성 왜?
“복지혜택 축소땐 더이상 잃을 것 없다”…채권단 긴축재정·연금축소 결사반대



그리스 사회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놓고 분열 양상이다. 부유층들은 유로존 잔류에 따른 혜택이 절실한 반면, 서민들은 복지혜택이 줄어든다면 굳이 유로존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전 이후 좌우로 나뉘며 극심한 분열을 보였던 그리스 사회가 최근 구제금융 협상이 난항을 빚으면서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져 온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선 그리스 부유층들은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면서 위기를 자초한 현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인, 정치인, 지식인들을 포함한 부유층들은 자녀 해외유학, 해외부동산 투자, 명품 구입 등에 있어 유로 체제가 여러모로 이익이기 때문이다.

마리아란 이름의 한 은행원은 FT에 “정부는 무능력하고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이는 사회주의자들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이 타결돼 유럽연합(EU)이 그리스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서민들은 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의 긴축재정과 연금축소 요구에 결사 반대다.

지난 해 11월 시리자당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긴축은 없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것도 이같은 여론에 힙입은 결과다.

이 때문에 일부 시리자당 지지세력은 “어차피 잃을 것이 없다”며 정부지출 추가삭감 등으로 고통받기보다 차라리 채무불이행을 선언하자는 입장이다.

정치 컨설팅업체인 애디쿼트(Adequate)의 파트로클로스 쿠도니스 설립자는 “노동자 계급은 쓸 돈도 없고 은행 계좌도 비어있어 잃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부자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 현금을 챙기고 있다. JP모간 집계를 보면 지난 한 주 동안 뱅크런(대규모 인출사태)으로 그리스 금융권에서 빠져나간 돈이 무려 60억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올 한 해 유출액은 440억유로에 달한다. 시리자가 집권한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그리스에서 다른 유로존 국가로 빠져나간 돈은 모두 700억 유로에 달했다. 그만큼 그리스 부유층들이 현재 상황을 불안해 한다는 뜻이다.

유로존 긴급정상회담이 소집된 22일 협상이 결렬되면 논의는 25~26일 EU 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 그리스는 IMF에 30일까지 16억유로의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 국제채권단로부터 72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지 못하고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수 밖에 없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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