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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신율]사무총장이 그렇게 중요해?
뉴스종합| 2015-06-24 11:01
지금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난리가 났다. 사무총장을 누구로 하느냐는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그런데 새정연이 새누리당보다 내홍의 심각도가 훨씬 심하다. 도대체 사무총장이 뭐 길래 그 야단을 떠는 걸까?

사무총장은 문자 그대로 당의 살림을 맡아 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 자리가 총선에 임박해서는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다.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누가 사무총장이 되느냐에 따라 이득을 볼 계파가 생기고, 반대로 ‘정치적 사망’을 감수해야 하는 계파가 생긴다는 말이다.

물론 ‘과거’에는 그랬다. 여기서 ‘과거’에는 그랬다고 말 한 이유는 여야 할 것 없이 공천개혁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홍이 심한 새정연의 경우, 혁신위원회까지 ‘다시’ 만들어가며 모든 것을 다 바꾸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정연의 혁신위는 지난 15일 회의에서 ▷당내 기득권 구조 타파 ▷사회적 특권 타파 및 불평등 해소 ▷정당 강화 ▷새정치 확립 및 전국 정당화 ▷공천제도 민주화 등 혁신과제 5개 분야를 과제로 정리했다.

여기에 공천 문제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 그리고 공천과정의 민주화란 특정인의 손에 공천이 좌우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만일 그런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사무총장이 누가되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자 그대로 지역 주민들에게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자를 고르게 만들면 공천에 있어서 사무총장의 역할은 미미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새정연에서 일어나는 분란을 보면,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조차도 사무총장이 상당히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두고 또 다른 혁신위를 다시 만들어가며 당 지도부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내홍을 일으켜가면서까지 특정인을 고집한 것을 보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물론 일부에서는 또 다른 인물이 사무총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비노’ ‘비주류’들도 문제라는 주장을 할 수 있지만 비노들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 비노는 혁신위를 만들지도 않았고 공천 개혁을 주장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혁신위에서 물갈이 소리라도 나오면 자신을 겨냥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사무총장마저 문 대표가 주장하는 인물이 되면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래서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 주류들에게 의혹의 화살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문 대표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우선 공천개혁을 하겠다는데, 그렇다면 오픈 프라이머리를 왜 여당과 협의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두 번째 궁금한 점은 혁신위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공천과정의 ‘민주화’에 대한 계획을 내놓을 텐데, 왜 그렇게 사무총장 자리에 특정인을 앉히려 노력했는지 하는 점이다.

문 대표가 한 말처럼, 모든 걸 내려놓는다고 할 때 첫 걸음은 당내 비주류들의 의견을 듣고, 되도록이면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소외감을 없애고 안심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문 대표가 보이는 행동은 이런 태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문 대표는 무슨 생각으로 혁신위를 만들었는지 묻고 싶다. 더구나 최근 발표된 혁신위의 안(案)을 보면 기존의 혁신안을 되풀이 하고 있다.

즉, 새롭거나 파격적인 주장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러니 비노들은 혁신위를 더욱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사무총장에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다.

정치는 말과 행동이 어느 정도 일치될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갖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정연 지도부는 어려운 고사성어보다 더 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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