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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호의 전원별곡] 전원명당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마을 “청정 환경+웰빙 먹거리로 건강과 소득을 함께 얻지요”
헤럴드경제| 2015-06-25 07:47
“안녕하세요”

가뭄이 극심한 6월 중순의 어느 날, 강원도 최북단 접경지역 중 하나인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의 ‘펀치볼 마을’에 도착하니 한 거인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는 ‘그리팅 맨(greeting man)’ 즉 인사하는 사람으로 불린다.

2013년 10월 양구통일관과 전쟁기념관 앞에 세워진 이 조각상(작가 유양호)은 남북한,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화해를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환영인사는 비단 관광객 뿐 아니라 행복한 인생2막을 위해 이곳을 찾아오는 귀농·귀촌인에게도 따뜻한 희망으로 다가온다.

그리팅맨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은 강원도의 대표적인 산간오지.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분지로, 그 모양새가 야채와 소스를 섞을 때 쓰는 화채그릇(Punch Bowl)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6·25전쟁 때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동족상잔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1990년에 발견된 제4땅굴과 을지전망대, 양구통일관과 전쟁기념관 등이 주변에 위치하고 있어 안보관광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펀치볼 마을(해안면 만대·오유·현리)은 휴전 후 1956년 난민정착사업의 일환인 재건촌 조성으로 100세대씩 입주시키며 틀이 만들어졌다. 현재 655세대 1425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펀치볼 마을 근경
펀치볼 마을 원경

편치볼 마을의 입지적 특징은 단연 청정한 자연환경이 돋보인다. 서쪽의 가칠봉(1,242m)·대우산(1,179m), 남쪽의 대암산(1,304m) 능선, 동부의 달산령(807m)·먼멧재 등의 산릉으로 둘러싸여 거대한 분지를 이루고 있다.

해안면 전체 면적은 61.5㎢에 이르며,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은 해발 400∼500m로 준 고랭지에 해당된다. 크고 작은 하천은 지형이 낮은 동쪽으로 향해 소양강 상류로 흘러들어간다. 산간분지로서 한서의 차가 심해 겨울엔 눈이 많이 오고 춥다.

귀농·귀촌 입지로 보자면, 수도권에서 멀고 겨우살이가 힘들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장점도 많다. 시래기와 사과 등 명품 농산물이 인기를 모으면서 주민들의 농가소득도 높은 편이다. 인삼, 감자도 많이 재배된다.

민통선 북방에 위치하지만 면사무소, 파출소, 초·중학교, 농협 등 시골생활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예비 귀농인은 물론 예비 귀촌인도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유명 안보관광지이자 청정 환경을 살린 국립DMZ자생식물원, 펀치볼 둘레길(72㎞), 6.25추념공원 등 대규모 사업이 완료되었거나 진행 중이어서 이를 연계한 귀농·귀촌 창업에도 유리하다.

예비 귀농인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고소득 작물. 펀치볼 시래기는 이미 명품 먹거리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130여 농가에서 35억 원의 소득을 올렸다. 사계절 공급이 가능한 시래기 가공시설(대지 1,645㎡, 건축면적 493㎡ 규모)도 들어섰다.

펀치볼 DMZ사과 역시 인기다. 양구군의 사과 재배 면적은 과수 가운데 단연 으뜸. 양구군 관계자는 “지난해 펀치볼을 비롯한 관내 96개 농가에서 100억여 원의 소득을 올렸다”며, “2017년까지 DMZ사과 명품화 사업에 3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인들이 철조망을 허리에 두른 남북 분단 상황과 혹한의 겨울이 버거운 강원도의 최북단 접경지역을 귀농·귀촌지로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터. 이 때 지역 귀농·귀촌 선배의 경험담과 조언이 필요하다. 

귀농선배인 정희성씨

2001년 펀치볼 마을로 들어왔다는 우리땅농산물 대표 정희성(69, 010-6245-5943)씨를 만났다. 그는 직접 맷돌호박, 감자 등을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한편 웰빙 먹거리인 ‘펀치볼 시래기’와 ‘DMZ자연의 벌꿀’을 판매하고 있다. 전국게이트볼연합회의 공인 심판원이기도 하다. 

“밭에 나가 개울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풀 한포기 뽑고 하늘 한번 올려보면서 느끼는 행복감이야말로 그 무엇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이에 공감하는 예비 귀농·귀촌인이라면 한번 쯤 펀치볼 마을에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전원 칼럼리스트 박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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