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이슈인터뷰]임상수 감독 "'나절친' 보고 느낀대로 기억해줬으면"
엔터테인먼트| 2015-06-25 09:14
전에 없던 발랄함으로 돌아왔다. 칸, 베를린, 베니스 등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였던 그가, 이번에는 젊은이들과 소통하겠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나의 절친 악당들'은 그가 청춘에게 보내는 자신만의 위로며, 쾌감을 느끼게 만드는 대리만족이며, 판타지다. 한 시도 지루할 틈 없이 관객들 앞에 펼쳐지는 '임상수 세계'에 관객들은 진입할 준비를 마쳤다.

오늘(25일) 개봉한 '나의 절친 악당들'은 의문의 돈가방을 가지기 위해 지누와 나미가 위험 속에서 진짜 악당이 되골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영화로 그린 작품으로 배우 류승범, 고준희, 류현경, 샘 오취리 등이 출연한다.



다음은 임상수 감독과의 일문일답

-작품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 왜 이런 변화를 시도했는가?

이번 작품을 시작하면서 감독으로서 질적으로 변화하고 싶었다. 후회하는 마음은 없다. 무거운 영화 지겹지 않나. 젊은 친구들은 좋아하지도 않는다. 질적 변화를 꾀해보려했다.

- 영화 속 그림들이 볼거리다. 그냥 보기만 해도 비싸보이는 그림도 몇 점 있다. 캐릭터 집 마다 그림이 그 성격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그때 그 사람들', '오래된 정원' 부터 영화 속에 나오는 벽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많이 고민했다. '오래된 정원' 때 주인공이 화가기 때문에 그림을 쓰기 시작했다. 화가를 섭외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또 하나는 볼거리 차원도 있다. 예산이 많은 할리우드 영화의 볼거리는 돈을 쓰는건데, 우리는 그럴 수 없으니까.

김주혁 집에 걸려있는 그림은 실제로 게오르그 바젤리츠, 존원 등 실제로 유명한 집들에 걸려있는 몇십억씩 나가는 진품이다. '돈의 맛' 때도 그랬다. 돈 있는 사람에게 그림은 우아떨기도 좋고, 재테크도 되지 않나. 고준희 집에 걸려있는 것은 고독하게 혼자사는 여자애가 생존하기 위한 내면의 고배같은 의미다. 진실한 정수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그림이 캐릭터 대비, 또 대변을 해준다.



- 고준희란 배우를 잘 활용한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 빛나게 만들었다.

고준희는 전형적인 차도녀 같지 않나. 지금까지 했던 역할들은 강남의 차도녀 느낌이다. 우리 영화에서는 맨발로 렉카차를 모는 차도녀다. 맨발로 렉카차를 모는 차도녀는 더욱 차갑고, 분노가 있는 고독한 여자다. 그러면서도 고독한 여자의 어린 면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게 고준희와 어울렸다.

- 감독으로서 류승범과의 호흡은 어땠나.

배우로 보자면 와일드한 멋이 있고 많이 웃을 것 같지만 세트에서 영화 찍는 거 보면 예민하고 섬세한 스타일이다. 조그만 자기방에서 일렉기타치고, 사진첩 보고, 혼자 있다가 준비되면 나와서 찍고 끝나면 그 방으로 다시 들어간다. 그에 비해 고준희는 털털하다.

- 여자주인공이 극을 이끌어가고 남자주인공은 뒷받침을 해준다. 류승범이 달리보이기도 한다.

이 시나리오가 여배우한테는 인기가 있었지만 남자배우들은 약간 꺼려했다. 여배우가 주도하는 것 같으니까. 그런 면에서 승범씨는 클래스가 다른 배우다. 백날 남자 캐릭터가 주도 해봤자 작품이 별로면 말짱 황이라는 정도는 안다. 그것에 대해 승범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준희씨가 주도하는 역할인 가운데 기존에 보던 영웅적인 남자 말고 뒤에서 은은하게 서포트 해주는 그래서 영화가 다 끝나고 나면 돋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보고자했다. 감독으로서 너무 마음에 든다. 잘했다.

- 해외 배급사와 처음 작업을 했는데 국내 배급사와는 어떤 점이 다르던가.

폭스의 부사장이 편집본을 보고 A4 네장에 수정됐으면 하는 부분을 빽빽하게 써주더라. 사장은 시나리오를 영어로 번역해서 읽고 비행기 타고 한국으로 왔다. 투사자 사장이 하지 않는 일이다. 보통 한국은 투자담당자랑 한다. 한국은 투자배급사들이 비지니스를 하던 사람이 영화 쪽으로 왔기 때문이다. 폭스는 영화 역사가 기니까 사장에서부터 영화에 깊이 관여한다. 감독 입장에서 난 이걸 간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높은 사람이 더 깊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어차피 타협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프로페셔널 했다. 더 영화적인 집단임을 느꼈다.



-20대의 상실한 패기와 불안감은 실제로 어디서 많이 목격했는지 궁금하다.

내 주변에 20대는 촬영장 젊은 스태프들이다. 데뷔하기 전에 나도 조수생활을 했기 때문에 다른 젊은 스태들에 대한 애정, 연대감이 있다. 그런데 어울리다보니 요즘 아이들이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 못하더라. 수줍어하기도 하고 겁을 먹기도 한다. 고된 일이고 임금도 많지 않은 일인데 그러면 안된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면 뒤에가서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다. 너무 복종적인건 아닌 것 같다. 20대는 20대만의 패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임 감독의 20대 시절은 환경이 어땠나? 지금의 젊은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

제가 20대일 때는 사실 취직하기가 어려운 시대는 아니었다. 학력이나 일할 의지만 있다면 취직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시대가 바뀌고 경제적 상황이 바뀌니 언제부턴가 고용이 어려운 문제가 됐다. 그러니 겁을 먹고 복종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악순환이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20대를 비판하고 싶지 않다. 기성 세대가 그렇게 키우고,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 임상수 감독 영화를 어렵게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다. 언론시사회 때도 의미 찾기에 바빴다. 우리가 이 영화를 어떻게 보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는지 의도가 따로 있나.

이 영화는 정서적으로 별 생각 없이 보면 된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영화관에 들어와서 보면 내가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줄게' 이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느낌, 필이다. 이걸 보다가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느낌을 받거나, 주먹을 불끈 쥐거나, 분노를 느끼거나, 심장의 흥분을 느끼거나, 영화를 보면서 받는 느낌이 이 영화의 메시지다. 문자화하고 개념화해서 따질 필요가 없다. 영화가 흘러가는대로 쫓아와주고, 그 필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에 내 영화를 필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게 영화를 잘 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엔딩이 인상적이다. 이렇게까지 명량한 엔딩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신경을 많이 쓴 흔적들이 보인다.

시나리오 읽으면서 엔딩에 대해 좋은 상업 영화는 좋은 해피엔딩을 가져가야 한다. '하녀', '돈의 맛' 엔딩을 이야기하면서 '나의 절친 악당들'이 그런 엔딩을 가면 곤란하다. '하녀'와 '돈의 맛' 엔딩이 난 마음에 들고 좋은 엔딩이라고 생각하지만, 상업적인 엔딩은 아니다. 이번 작품은 속시원한 엔딩을 만드는 것이 내 목표였다. 해피엔딩이라는게 뻔하지 않으려면 어렵다. 고민을 많이 한 장면이다. 돈도 많이 들었다. 장기하까지 불러왔다. 하하. 공들여서 지금까지 못본 해피엔딩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 임상수 감독은 국내 후배들 작품 중 어떤 것들을 눈 여겨 봤는지?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황해'는 걸작이다. 흥미롭게 봤다. '은교'도 잘 봤다. 박해일씨의 연기가 일품이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속 전지현 캐릭터가 참 좋았다. 예쁘면서 적당히 까졌으면서, 애교도 많고 그런 여자 캐릭터가 잘 없다. 나미도 거기에서 어느 정도 영감을 받았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