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가 된 연평해전
HOOC| 2015-06-26 10:26
[HOOC] 6.25 전쟁 발발일을 맞아 정치인들의 연평해전 관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6월25일에는 국회에서 시사회가 있었죠. 이명박 전 대통령도, 홍준표 경남지사도 영화평을 내놓았습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판은 논란이 되고 있고요. 이 영화를 만든 김학순 감독은 “연평해전을 홍보하는 영화도, 정치 얘기도 아닌 사람 얘기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같은 날 개봉한 ‘소수의견’과 맞물려 연평해전이 정치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영화, 정치 정치’... 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의 글입니다 

6월 25일. 영화 연평해전이 국회로 왔다. 상영회다. 최근 뜨거운 인기를 반영하듯 대회의실에 관람객이 몰렸다. 영화상영을 앞두고 사회자가 말했다.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 뒤이어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이 이어졌다.

역사를 다룬 영화는 항상 민감하다. 현대사는 더더욱 그렇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26년’이 그랬고,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이 그랬다. ‘국제시장’, ‘변호인’도 어김없이 정치와 얽혔다.

현대사는 ‘현대’와 ‘사(史)’가 공존한다. 과거이면서도 현재다. 과거를 기억하는 현재는 영화를 보며 각자의 기억으로 과거를 해석한다. 책이 아닌 경험에서다. 현대사를 다룬 영화는 그래서 경험의 차이만큼 평가도 엇갈린다.

그래도 영화는 정치가 아니다. 정치에 오염되는 순간, 영화는 예술의 영역에서 논란의 영역으로 변모한다. 상영회에서 울려퍼진 국민의례, 묵념은 그래서 마음이 개운치 않다. 6명 전사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간과하는 게 아니다. 상영관 밖이라면 수십번 진심을 담아 그날의 아픔을 되새길 수 있지만, 상영관에 울린 국민의례는 영화와 정치의 영역을 모호하게 한다.

상영회를 마련한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은 영화 제작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모았고, 오랜 기간 서해교전 전사상자 후원회로 유가족과 인연을 맺었다. 연평해전이 잊혀 갈 때에도 두 의원은 끊임없이 관심을 독려했다. 상영회에서도 이 의원은 “결코 잊어선 안 될 일을 잊고 살았던 우리가 기억을 스스로 일깨우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도 “영화가 국민 마음속에 파고들어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새록새록 솟아나길 바란다”고 했다.

차라리 두 의원의 진심은 순수하다. 두 의원의 순수한 바람과 달리 영화 연평해전은 개봉 직후부터 이념 논쟁 중심에 섰다. 정치가 영화에 개입하면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카메라 세례가 쏟아지는 가운데 강남의 한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를 관람하고서 “재임 당시 연평해전이 발발하지 않았지만, 취임 후 이 사건을 새롭게 평가했다”며 “변함없이 이 나라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구절절 옳고 당연하다. 그런데 정치인의 입에서 영화에 과거 행적이 더해진 순간, 그 말이 영화관에 줄 선 카메라 앞에서 나오는 순간. 영화는 사라지고 정치만 남는다. 찬반이 엇갈리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갑론을박을 벌인다.

소리 소문 없이 영화관을 찾은 정치인도 있다. 카메라는 없다. 대신 SNS가 있었다. 영화를 관람한 후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트위터에 “대통령 한번 잘못 뽑으면 이렇게 된다”고 적었다. 또 “그 다음 대통령은 아예 NLL을 적에게 헌납하려 했다”고도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페이스북에 “정치적 이유와 잘못된 교전 규칙으로 일방적으로 공격당하고 산화한 장병들을 보며 국가 안보에도 보수, 진보로 갈리는 한국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적었다. “영결식보다 일본에서 거행된 월드컵 폐막식에 참석한 대통령을 보고 얼마나 국가를 원망했을까”라고 했다. 두 의원이 모두 영화를 둘러싼 이념 논쟁에 불을 지폈다. 전직 대통령을 둘러싼 공방으로 확전됐다. 또다시 영화는 없고 정치만 남는다.

연평해전을 찍은 김학순 감독은 “홍보 영화가 아니고 정치 얘기가 아닌 사람 얘기를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영화는 영화다. 정치도 정치다. 해석과 평가는 관람객의 몫이다. 정치인의 몫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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