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유승민 “진심 죄송, 마음 푸시길”수차례 vs 靑 “대통령뜻 엄중함 몰라, 그 정도로는...”
뉴스종합| 2015-06-26 14:08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 국민심판”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6일 수차례 걸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박 대통령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면서, 사적인 자리도 아닌 국무회의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유 원내대표를 지목해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이는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대통령께 죄송하다“는 사과로는 봉합되기 어렵다는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유 원내대표는 하룻만에 사죄모드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리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해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마음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즉각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셈이다.

유 원내대표는 또 ”대통령께서도 저희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전날 박 대통령에게 ”송구하다“는 발언에서 “죄송하다”고 수위가 높아졌다. 용서를 구하는 모양새다.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 말미에서는 ”청와대 식구들과 함께 당청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한국 외교의 전략 부재를 비판하며 ”청와대 얼라(어린아이의 사투리)들“이라고 비판했었다. ‘얼라’라는 표현이 ‘식구’로도 바뀐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자숙의 시간을 갖기 위해 매주 금요일 개최하던 회의도 취소했다.

유 대표가 내민 ‘용서’와 ‘화해’의 손길을 박 대통령이 잡아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수위를 볼 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관계가 멀어졌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청와대에서도 “여당인 새누리당이 대통령 인식의 엄중함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물론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안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배신의 정치를 한다면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말씀했다”며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진정한 뜻과 발언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곱씹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여야 정치권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며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등의 국정과제를 여당부터 적극 나서서 뒷받침하는 한편, 야당과 정략적인 목적에서 법안을 놓고 딜(deal.거래)을 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에 여당의 역할을 강하게 주문하는 한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때는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다.

더불어 특히 유 원내대표에 대한 발언이 공개적인 석상에서 나온 만큼 주워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결정한 의원총회에도 불만이 있을 수 있고, 사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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