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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 “고작 256억원이 문단권력?”
라이프| 2015-06-29 08:01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고작 256억원이 문단권력?”

신경숙 표절 사태와 관련, 창비와 더불어 ’문단권력‘ 으로 지목된 문학동네의 지난해 매출액을 보고 난 주위의 반응입니다. ’권력‘에 걸맞지 않은 규모라는 반응으로 이해됩니다. 창비의 지난해 매출액은 222억원으로 이보다 못합니다. 문학과지성사는 40억원으로 크게 떨어지죠. 시공사가 2013년 448억원에서 2014년 506억원으로 급성장 한 것을 제외하고 단행본 중견이상 출판사들의 매출은 100~200억대가 대부분입니다. 중소기업치고도 영세한 편이죠.

문단권력으로 불리는 문학동네 3위의 위상은 괄목할 만합니다. 2007년에 113억원에서 2년만에 226억원으로, 2010년에는 285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 해에는 영업이익도 60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덕입니다.

1993년 문을 연 문학동네는 사실 신경숙과 함께 성장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경숙이 ‘풍금이 있던 자리’(문학과지성사)를 출간하고 신문에 연재 하다 중단된 소설 ‘깊은 슬픔’을 출간하면서 문학동네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강태형 대표가 신 씨를 찾아와 연재 중단된 소설을 단행본으로 내자고 했다죠. 그런데 신 씨가 ‘포도원’이라는 출판사도 잘 모르고 문학출판사가 아니어서 거절했다고 합니다. 며칠 후 다시 찾아간 강 대표가 신 씨에게 문학동네 출판사는 어떠냐며 열심히 제안을 해 성사됐다는 건 출판계에 잘 알려져 있는 얘깁니다. 1994년 3월에 나온 ’깊은 슬픔‘은 50만부가 팔리며 문학동네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문학동네는 소설상과 작가상 등 신인발굴에서 탁월한 눈과 성취를 보여줍니다. 95년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 70만부 판매기록을 세우며 입지를 다지게 됩니다. 문학동네의 또 다른 성공은 국내 독자의 입맛에 맞는 해외 작가의 발굴이랄 수 있습니다.

2000년 이후 11년간 누적 베스트셀러에 문학동네는 모두 14종을 올렸습니다. 이중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누적 베스트셀러 2위, 하루키의 ’1Q84‘가 10위에 올라 있습니다. 둘 다 판매 부수 200만부를 넘긴 책입니다. 특히 문학동네의 베스트셀러 14종 가운데 6종이 코엘료의 작품일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문학동네는 ‘1Q84’의 선인세가 10억원대라는 사실이 알려져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죠.

창비는 내년에 창간 50주년을 맞습니다.
70,80년대 엄혹한 시절 창비의 역할은 지대합니다. 독재와 분단, 냉전체제하에서 지성인들의 담론과 행동의 장이었으니까요. 386세대들이 창비를 통해 감성과 지식을 습득했다해도 과언이 아니죠.

문학동네는 22년전, 창비 같은 출판사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창비는 2002년 매출 130억원 규모에서 수년을 그 수준에서 죽 유지하다 2009년 192억원으로 뛰어 오릅니다. 2008년 11월 출간된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효과가 2009년에 나타난 거죠. 창비는 2011년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최고 정점을 찍습니다. 영업익도 54억원으로 역대 최고입니다. 2011년 4월 ‘엄마를 부탁해’가 영문판으로 나와 일대 화제가 되면서 다시 베스트셀러가 된 거죠.

2014년 두 출판사의 상황은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문학동네는 겨우 마이너스 성장을 피했고 영업이익은 5억원에 불과합니다. 창비는 매출이 전년대비 8.2% 줄었습니다.

인기 작가가 몇 안되고 출판시장도 작다보니 문학은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문단권력’이라 불리는 몇몇 출판사가 인기 작가를 독점하는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인기 작가들마저 작품이 나오지 않아 ‘소설의 위기’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들이 가장 활발한 독서력을 보여야 할 20대가 좋아하는 작가인지도 의문입니다.

문학동네가 신경숙 표절 사건과 관련, ‘문단권력’으로 집중 비판한 평론가들을 초청, 공개 좌담을 열 예정입니다. 여기에는 비판과 지적에 귀를 열고 한편으론 문학의 위기를 타개할 어떤 활로를 찾아보려는 뜻도 있어 보입니다.

2년전 12월, 문학동네 창간 20주년 행사가 생각납니다. 알 만한 작가들이 모두 얼굴을 내밀고 축하했습니다. 화려한 성장사를 작가들의 면면이 보여준 셈이죠. 그 때 강태형 사장은 인사말에서 20년 전, 그는 큰 출판사를 꿈꾸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책을 즐겁게 만들고 싶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큰 출판사를 꿈꾸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 3위, 매출 200억대는 큰 규모는 아닙니다. 출판계가 초라해 보일 정도입니다. 문학동네, 창비가 더 큰 출판사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신경숙 사태를 보면서 좀 걱정스럽습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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