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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재구성] 한국으로 유학간 딸아, 너는 더 이상 웃질 않는구나…
뉴스종합| 2015-06-30 09:47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추운 겨울이었던 지난 1월 어느날. 중국에서 한국의 명문 사립대로 유학 온 오모(25·여) 양은 임신 중절수술을 받겠다며 서울 종로구의 한 여성병원에 찾아옵니다. 오양은 이미 임신 12주차였습니다.

이 병원의 원장인 산부인과 의사 이모(43) 씨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낙태 수술을 감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뱃속의 태아가 어느정도 자리잡은 상태라 아예 시작도 해선 안될 무리한 시도였죠.

이런 터라 오양에게 적정량(1000㎖)의 네 배가 넘는 4000~5000㎖의 수액을 투여하기에 이릅니다.

이 때문에 수술 중간에 오양은 구토와 발작, 두통, 시력감소 등의 이상 증세를 호소했습니다.
사진=123RF
하지만 이 원장은 불법인 중절 수술 사실이 알려질까봐 큰 병원으로 오양을 옮기지 않고 그대로 수술을 진행합니다.

결국 오양의 혈중 나트륨농도가 저하되면서 저나트륨혈증에 따른 뇌부종이 발생했고 오양은 결국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수술 당일 오전 10시부터 수액을 맞은 오양은 오후 3시부터 이상증세를 보였지만 의사 이 원장은 4시간 후인 오후 7시께 결국 자궁 내 태아를 긁어내는 소파수술을 했고, 오후 8시 40분께 뇌간반사가 없는 상태에 이르러서야 인근 대학병원에 오양을 옮기게 됩니다.

수술일 전날과 당일 오전 임신 중절 수술에 쓰이는 자궁수축촉진제 ‘사이토텍’ 네알을 복용했을 때도 오양은 구토 등의 증세를 보였지만 병원에서 이뤄진 조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 원장은 예정된 수술일보다 사흘 앞서 병원을 찾은 오양에게 시실이 지나면 낙태가 더 어려워진다며 중절 수술을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이 원장은 수액을 적정량인 1000㎖만 투여했고, 오양이 정상임신이 아니었고 강제 낙태가 아니라 이미 사산한 태아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또 이 원장은 의료 차트 내용에서 ‘인공유산’ 부분을 ‘계류유산’으로 고치고, 병원 내 폐쇄회로(CC)TV 화면을 삭제하려고 시도를 했습니다.

경찰은 2009년부터 이 원장의 병원에서 340여건의 소파 수술이 있었는데, 이 가운데 6건을 조사한 결과 6건 모두 오양 건처럼 불법 중절 수술임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한걸음에 달려온 오양 부모의 상태는 비통함 속 망연자실 그 자체입니다. 외동딸로 애지중지 키우고, 한국으로 유학 보낸다며 주변에 자랑했던 때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죠.

한국에서 만난 딸 아이는 중환자실 침대에 말없이 누워있는 뇌사 환자였습니다. 더 이상 생기발랄하고 활기찼던 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국의 한 정신 나간 의사와 무절제한 낙태 수술이 인접국 부모의 가슴까지 피멍 들게 만든 셈입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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