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돌아온 슈워제네거
2029년, 군사 방위 목적으로 개발된 인공지능 시스템 ‘스카이넷’은 인류를 적으로 간주해 핵 전쟁을 일으키려 합니다. 인간저항군을 이끄는 존 코너는 자신의 어머니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 분)를 구하고 스카이넷의 ‘심판의 날’을 막기 위해 그의 ‘오른팔’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 분)를 1984년 과거로 보냅니다. 시간여행을 통해 당도한 1984년은 예상한 풍경과는 달랐습니다. 존 코너가 스카이넷의 계략으로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하면서, 사라 코너와 카일 리스, T-800은 사상 최강의 적 T-3000과 맞서게 됩니다.
시간여행에 균열이 생기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는 뒤섞이고, 생물처럼 모습을 바꾸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하죠. 메시지는 새롭지도, 심오하지도 않습니다. 그 와중에 묘한 감동을 주는 건 노장 슈워제네거의 분투입니다. 30여 년의 시간은 어느덧 노인이 된 그를 관객 앞에 데려놓습니다. 로봇의 피부도 인간의 생체조직과 유사해 노화한다는 설정으로 외모 변화는 설득력을 얻습니다. 슈워제네거는 “난 늙었지만 쓸모없지 않아”라는 T-800의 대사를 증명하려는 듯한 활약을 펼칩니다. 그렇다고 노욕의 원맨쇼는 아닙니다. 사라 코너가 위기에 처할 때, 적재적소에서 묵직한 액션을 선보이죠.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T-800과 사라 코너의 관계 묘사입니다. 두 사람이 유사 부녀관계로 설정되면서, 드라마는 한층 풍성해집니다. T-800은 사라 코너가 부모를 잃은 아홉 살 때부터 그녀를 돌봅니다. T-800이 총알을 장전하며 카일 리스의 속도를 견제하는 모습은, 딸의 남자친구를 마뜩치 않아 하는 아버지처럼 보여 웃음을 자아내죠. T-800이 ‘아 윌 비 백!’(I’ll be back!)을 외치며 낙하하는 장면, 카일 리스에게 사라를 부탁하며 몸을 내던지는 장면은, 그가 용광로에서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던 ‘터미네이터2’(1991)의 엔딩과 겹치며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합니다. 돌아온 터미네이터도, 건재한 슈워제네거도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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