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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라놀이, 체포놀이…놀이빙자 폭력에 멍드는 童心
뉴스종합| 2015-07-02 12:13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서울 한 초등학교의 발달장애아동이 일명 ‘체포놀이’를 하다 동급생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장난’과 ‘폭력’의 수위를 넘나드는 아이들의 놀이문화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사건의 아이들은 동급생끼리 ‘체포놀이’로 빙자된 놀이를 하다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피해 학생 블로그 캡처

폭행을 당했다는 A(9) 군의 학부모는 “제 아이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자폐아동으로 같은 반 아이들은 A군의 성기를 손톱으로 뜯는 등 다치게 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게재했다.

논란이 된 체포놀이란 범인으로 지정된 사람의 두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목을 뒤로 젖히고 끌고 다니는 방식의 놀이다. 

육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체포놀이’를 검색하면 이 놀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섞인 글을 상당수 볼 수 있다.

지역 학부모 카페의 한 학부모는 “놀이터에서 어린 아이들이 체포놀이를 한다며 두 손을 묶고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지고 괴롭히는 모습을 봤는데 어른들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어서 깜짝 놀랐다”며 “아이들 놀이가 범죄를 연상할 정도의 수준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는 체포놀이 뿐 아니라 TV에 나오는 다양한 놀이를 따라하다 아이들이 다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29) 씨는 “한동안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을 따라하며 ‘런닝맨 놀이’를 하는 게 유행이었는데 옷을 잡아당기다가 넘어지고 다치는 등 TV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과격하게 한다”며 “TV에 나오는 각종 게임을 따라하다가 폭력적으로 변질되는 일이 많아 학부모들에게 주의를 당부한 일이 많다”고 말했다. 
사진=피해 학생 블로그 캡처

더 큰 문제는 이런 놀이가 간혹 한 명의 아동을 왕따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한때 유명 아이돌 그룹 ‘티아라’의 멤버들 간 왕따사건이 발생하자 초등학교에서는 SNS 등을 통해 한 명을 왕따로 정하고, 그 아이에게 집중적으로 욕설을 하거나 괴롭히는 ‘티아라놀이’가 유행하기도 했다.

몇 해 전 드라마 ‘꽃보다남자’가 인기를 끌었을 때도 일선 학교에서는 드라마에 나온 대로 ‘왕따를 정하고 사물함에 빨간딱지를 붙여 경고하는 놀이’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이를 단속하기란 쉽지않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은 ‘그냥 장난하는 중’이라고 해서 놀이를 아주 못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범인이나 술래를 돌아가면서 하도록 계속 지켜보고 지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TV를 보고 동급생들끼리 놀이를 따라하는 것 자체를 못하게 하거나 SNS를 막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며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지속적으로 상담ㆍ관찰하고, 아이들이 과격한 행동을 할 때 이를 통제하고 지도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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