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체계 표준화 앞장도
“복지지출도 전통 효(孝)문화를 살리면 훨씬 해결이 쉽지 않을까요. 동북아시아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이런 경로사상과 효문화가 보이지 않는 나라의 저력입니다. 산업표준 뿐 아니라 ‘사회적 규범의 표준화’에도 나설 생각입니다.”
‘표준을 장악하는 자가 시장을 장악한다’는 말이 있다. 살벌한 표준전쟁 시대다. 표준은 곧 기업의 경쟁력 그 자체이자 국가 경쟁력을 가늠한다.
백수현 한국표준협회장은 10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모든 기술과 표준은 인간화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하며, 그 가치에 복무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백수현(66) 한국표준협회 회장(동국대 석좌교수)은 어려운 표준 얘기를 이처럼 객적은(?) 소리로 시작했다.
한국표준협회는 1962년 설립된 국내 표준품질 분야 대표기관이다. 기업과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경영기법ㆍ품질관리기법ㆍ인적자원개발ㆍ산업표준 보급 등 다양한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5000여 회원사로 구성된 민간단체다.
“좋은 기술 개발하고 물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 고령사회 문제를 전부 국가 재정으로 해결할 순 없다. 사회적 가치체계를 먼저 만들어내야 물질문명의 발전이 배가된다. 우리가 4만달러, 5만달러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세계 예절표준에서 우리가 앞서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산업, 물질표준 보다 이런 가치표준이 서 있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백 회장은 산업표준 못지 않게 전통문화와 사회적 가치체계를 표준화해 보급하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물질가치 보다 정신가치가 존중돼야 하고, 이것도 하나의 표준으로 정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 이를 교과서에 반영하고 각급 학교에서 가르쳐 반듯하고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자는 게 그의 제안이다.
표준협회는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2015 국제표준화기구(ISO)총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 표준올림픽’이라 할 ISO총회는 9월 13∼18일 6일간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1962년 ISO가입 이후 53년만에 국내에서 처음 열리며, 세계 160여개국에서 온 1000여명의 표준화 대표들이 열띤 토론을 벌인다.
행사 주관기관인 표준협회는 이를 계기로 표준변방에서 표준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ISO총회는 국제 표준화정책의 흐름을 이끄는 논의의 장이다.
백 회장은 “ISO총회가 올림픽 못지 않은 중요 외교행사인데 지금까지 그 가치를 몰랐다. 이번 행사를 통해 표준 관련 국가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산업계가 올해 대폭 개정되는 ISO9001(품질경영시스템)과 ISO14001(환경경영시스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의 골자는 ▷제품을 ‘products and services(제품과 서비스)’로 표기하고 ▷모든 제품의 범주를 서비스는 물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로 확장하고 ▷경영시스템에서 기획단계를 강조하는 것, 경영시스템 수립 전 조직의 정황 파악을 강조하는 것, 고객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명확히 파악하는 등의 내용으로 이뤄진다.
특히, 리스크 기반의 접근으로 사전에 리스크를 예방하는 ‘예방적 시스템’ 운영을 요구하고 있으며, 서비스산업에도 보다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된다고 백 회장은 소개했다.
표준협회는 올해 인더스트리4.0, 스마트팩토리, 사물인터넷(IoT), ISO55000, 안전 등의 분야에서 세계표준을 주도하고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갈수록 모바일화하는 추세에 맞춰 전산시스템, 경영표준 등을 바꾸는 작업에도 나서게 된다.
백 회장은 “표준은 국민 생활과 밀접하다. KS인증을 받은 전구나 유리창부터 로하스인증을 받은 달걀, 우유 등 우리가 먹고 쓰고 입는 것이 다 표준인증 과정을 거친다”며 “표준ㆍ품질 전문기관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고, 표준ㆍ품질의 진화를 선도해 산업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