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제1논리는 ‘소액주주 가치제고’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불공정하게 상정됨에 따라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것이 엘리엇이 되풀이하는 주장의 골자다. 엘리엇이 국내 일부 삼성물산 소액주주 사이에서 ‘정의의 심판자’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그러나 엘리엇이 그토록 강조하는 소액주주는 사실 미국에서 지배지분을 가지지 않는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를 일컫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엘리엇이 외치는 소액주주 가치제고란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논리적 방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엘리엇이 과거 소액주주 가치제고를 근거로 세계 각지에서 행했던 비도덕적 행위들을 감안하면, 무작정 그들을 지지하는 것은 향후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그레그 팰러스트가 쓴 ‘벌처의 피크닉(2011년)’과 국내외 주요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엘리엇은 과거 여러 기업과 국가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상식을 벗어난 행위를 자행했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2005년 미국의 석면 기업인 오웬스코닝, USG에서 벌어진 사태다.
당시 이들 회사에서는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석면증 증세를 호소하기 시작했고, 관련 소송이 잇따르자 경영진은 내부 자금을 동원해 사망한 노동자나 환자들에게 배상을 하기로 결정한다.
결국 사실상 파산 상태에 이른 오웬스코닝을 헐값에 사들인 엘리엇은 ‘석면증 환자들이 꾀병을 부리고 있다’는 캠페인을 벌여 종업원들에게 지급할 보상금을 대폭 깎았고, 10억 달러에 달하는 이윤을 챙겼다. 병들고 지친 종업원들에게 돌아갈 배상금을 줄여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다시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것이다.
엘리엇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2011년 콩고에서는 최빈국으로 들어가는 국제지원금을 투자 보상금으로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내전으로 혼란스러웠던 콩고 국채를 약 2000만달러에 사들인 엘리엇은 이후 보상을 요구했고, 콩고 정부가 이를 거부하자 주요 국유자산 4억달러를 담보로 잡았다. 결국 엘리엇이 콩고 정부로부터 받아낸 약 9000만달러에는 기아와 용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원조한 지원금까지 포함됐다.
그즈음 콩고에서 발생한 극심한 물 부족 사태와 콜레라 등 전염병 창궐의 책임이 엘리엇에게도 일부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