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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왕실3-스페인]‘민주’ 지키고도, ‘인심’ 잃어 고행 중인 부르봉 왕가
뉴스종합| 2015-07-16 07:53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스페인은 국왕이 전제군주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민주주의를 선물한, 보기 드문 곳이다. 경제난과 왕실의 추행 등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최근 젊은 국왕이 등극하면서 분위기가 쇄신되고 있다.

▶스스로 민주주의 택한 선물한 왕실=1975년 후안 카를로스1세 즉위 전까지 스페인은 프랑코 프란시스코의 40년 독재정부가 통치했다.
[자료=인디펜던트]

왕정지지파인 프랑코의 후계자는 왕족 카를로스1세. 그는 프랑코가 사망 후 ‘국가수장 계승법’에 따라 전제군주로 즉위한다. 그런데 모든 권력을 손에 쥔 카를로스1세는 입헌군주제를 택한다. 근대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에서는 정책결정에 전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공표한다. 독재시절 공포의 대상이었던 비밀경찰은 사라지고, 1977년에는 41년만에 총선도 시행됐다. 정당들 활동도 법의 보호했다.

1981년 6월 발렌시아 지역의 장군을 중심으로 한 쿠데타가 발발했지만, 카를로스1세는 목숨을 걸고 저항해 입헌군주제를 지켰다. 카를로스1세는 다시금 국민들의 절대지지를 얻는다.

추행…왕실의 추락=하지만 높아진 인기는 방심을 낳았다. 왕실 인사들의 경솔한 행동으로 왕실의 권위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경제까지 기울며 생활이 어려워진 국민들의 분노는 한층 거세졌다.
[자료=위키피디아]

카를로스1세 본인도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경제대국이었던 스페인이 구제금융까지 신청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했던 2012년, 아프리카 보츠와나로 호화로운 코끼리 사냥을 떠났다가 공분을 샀다.
[자료=위키피디아]

카를로스1세의 딸인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는 560만 유로(약 62억원) 규모의 사기ㆍ탈세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왕실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극에 달하자 카를로스 1세는 크리스티나 공주에 내렸던 ‘팔마 공작부인’ 작위를 박탈했다. 지난 해 6월에는 스스로 왕위를 내려놓고 아들 펠리페6세에게 왕관을 넘겼다. 하지만 필리페6세는 즉위하자 전부터 왕정을 없애자는 시위를 겪어야 했다.

왕실 인기 되찾아가는 펠리페6세=펠리페6세는 절치부심했다. 그의 즉위식은 특별한 귀빈도 없이 간단한 음식 몇 가지로 치러졌다. 검소하게 생활했고, 말과 행동에도 신중함을 다했다. 스스로 연금도 삭감했다. 올해 필리페6세의 연봉은 전임 국왕보다 20% 적은 23만4204유로(약 2억9000만원)에 불과하다.
 
[자료=위키피디아]

통합의 구심점 역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카탈루냐 지방에서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시행하려하자 몸소 카탈루냐를 방문, 스페인의 통합을 역설했다.

그 결과 지난달 현지 일간지에서 진행한 국왕 지지도 조사에서 81%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레티시아 오르티스 로카솔라노 왕비도 왕실의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스페인 최초의 평민 출신 왕비로 뛰어난 미모와 소탈한 행보로 인기가 높다. 결혼 전 기자로 일하다 공영방송 앵커로 활동한 만큼 교양도 있고 말솜씨도 뛰어나다.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도 주목받는다. 평민 출신에다 과거 이혼 경력까지 드러나며 결혼 당시 논란을 일으켰지만 왕실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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