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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민주주의 선물하고도…고전중인 부르봉 왕가
뉴스종합| 2015-07-16 11:35
40년 독재정부 통치 끝내고…카를로스 1세때 전제군주권 포기
경솔한 행동거듭…왕실권위 흔들…펠리페6세 등극하며 지지율 반등
평민출신 왕비 소탈한 행보 인기



스페인은 국왕이 전제군주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민주주의를 선물한, 보기 드문 곳이다. 경제난과 왕실의 추행 등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최근 젊은 국왕이 등극하면서 분위기가 쇄신되고 있다.

▶스스로 민주주의 선물한 왕실=1975년 후안 카를로스1세 즉위 전까지 스페인은 프랑코 프란시스코의 40년 독재정부가 통치했다.

왕정지지파인 프랑코의 후계자는 왕족 카를로스1세. 그는 프랑코가 사망 후 ‘국가수장 계승법’에 따라 전제군주로 즉위한다. 그런데 모든 권력을 손에 쥔 카를로스1세는 입헌군주제를 택한다. 근대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에서는 정책결정에 전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공표한다. 독재시절 공포의 대상이었던 비밀경찰은 사라지고, 1977년에는 41년만에 총선도 시행됐다. 정당들 활동도 법으로 보호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소피아 전 왕비, 펠리페6세, 레티시아 왕비, 소피아 공주, 레오노르 공주. [자료=인디펜던트]

1981년 6월 발렌시아 지역의 장군을 중심으로 한 쿠데타가 발발했지만, 카를로스1세는 목숨을 걸고 저항해 입헌군주제를 지켰다. 카를로스1세는 다시금 국민들의 절대지지를 얻는다.

▶추행…왕실의 추락=하지만 높아진 인기는 방심을 낳았다. 왕실 인사들의 경솔한 행동으로 왕실의 권위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경제까지 기울며 생활이 어려워진 국민들의 분노는 한층 거세졌다.

카를로스1세 본인도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경제대국이었던 스페인이 구제금융까지 신청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했던 2012년, 아프리카 보츠와나로 호화로운 코끼리 사냥을 떠났다가 공분을 샀다.

레티시아 왕비와 펠리페6세. [자료=위키피디아]

카를로스1세의 딸인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는 560만 유로(약 62억원) 규모의 사기ㆍ탈세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왕실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극에 달하자 카를로스 1세는 크리스티나 공주에 내렸던 ‘팔마 공작부인’ 작위를 박탈했다. 지난 해 6월에는 스스로 왕위를 내려놓고 아들 펠리페6세에게 왕관을 넘겼다. 하지만 필리페6세는 즉위하자 전부터 왕정을 없애자는 시위를 겪어야 했다.

▶왕실 인기 되찾아가는 펠리페6세=펠리페6세는 절치부심했다. 그의 즉위식은 특별한 귀빈도 없이 간단한 음식 몇 가지로 치러졌다. 검소하게 생활했고, 말과 행동에도 신중함을 다했다. 스스로 연금도 삭감했다. 올해 필리페6세의 연봉은 전임 국왕보다 20% 적은 23만4204유로(약 2억9000만원)에 불과하다.

통합의 구심점 역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카탈루냐 지방에서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시행하려하자 몸소 카탈루냐를 방문, 스페인의 통합을 역설했다.

그 결과 지난달 현지 일간지에서 진행한 국왕 지지도 조사에서 81%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레티시아 오르티스 로카솔라노 왕비도 왕실의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스페인 최초의 평민 출신 왕비로 뛰어난 미모와 소탈한 행보로 인기가 높다. 결혼 전 기자로 일하다 공영방송 앵커로 활동한 만큼 교양도 있고 말솜씨도 뛰어나다.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도 주목받는다. 평민 출신에다 과거 이혼 경력까지 드러나며 결혼 당시 논란을 일으켰지만 왕실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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