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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주식 17조원 날려도 태연… ‘빚더미’ 中 태양왕, 믿는 뒷배 있다?
뉴스종합| 2015-07-17 11:38
中대륙 3위 부호 하너지그룹 리허쥔 회장
주가폭락 1초새 반토막…자산 절반 날려
대출용 주식담보 제공 위해 ‘공매도’ 정황
대출기관 부인 속 리 회장 측은 묵묵부답
기타 채권도 부실화 우려…정부비호 주목


[슈퍼리치섹션] 지난 5월 20일, 단 하루 새 자산 절반 정도를 날려버린 한 중국 부자 소식에 세계가 들썩였습니다. 같은 날 홍콩증시에 상장된 하너지박막발전(Hanergy Thin Film Powerㆍ이하 HTFP) 주가는 47%가량 떨어졌는데요. 그 여파로 이 부호의 주식자산 17조원(935억위안ㆍ150억달러)이 증발했습니다. 하루 전까지 그의 자산 추계치는 36조1900억원(1990억위안ㆍ320억2000만달러)에 달했습니다. 
(위부터)리허쥔 하너지그룹 . 전용기로 보이는 비행기에 앉아있는 모습. 홍콩당국 조사에도 불구 지난 6월 17일 하너지그룹 본사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리허쥔 회장. 머리를 긁적이는 리허쥔 회장. [출처:시나블로그]

바로 HTFP 모회사인 하너지그룹 창업자 리허쥔(李河君ㆍ47) 회장입니다. 그는 당시 그룹 지분 80%를 소유한 최대주주였습니다. 각국 매체들은 그를 ‘태양왕’이라고 불렀습니다. HTFP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설비 업체였습니다.

50여일이 지난 현재, 리 회장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대중에 공개된 회사관련 행사에도 ‘웃는 얼굴’로 참석했습니다. 리 회장의 밝은 표정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모종의 보루(?)가 있어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롤러코스터를 탄 태양왕의 부(富)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0.5∼1초 새 반토막 난 주가…대체 무슨 일=톰슨로이터 데이터 등을 토대로 5월 20일 홍콩증시에서 거래된 HTFP의 주가상황을 어렴풋이나마 재연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초의 절반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이 회사 주식은 사실상 반쪽짜리가 됐습니다.

이날 오전 10시17분23초, HTFP 거래창엔 이 회사 주식 42만6000주의 매도(팔자) 주문이 몰려있었습니다. 가격은 6.8홍콩달러.

거의 동시에 매수(사자)세가 아래와 같이 들어왔습니다.

☞ 오전 10시 17분 23초 4:매수 주문가격 6.69홍콩달러.

☞ 오전 10시 17분 23초 56:매수 주문가격 6.1 홍콩달러.

위 두 건으로 팔려나간 주식은 8000∼3만주였습니다. 이들 거래 직후 들어온 최고 매수호가는 얼마였을까요. 3.45홍콩달러였습니다. 10시17분24초가 되기 전이었습니다. 0.5∼1초 사이 매수가격만 48%정도 빠진 것입니다.매도호가도 100분의 몇 초 사이 6.8홍콩달러에서 4.5홍콩달러로 내려갔습니다.

오전 10시40분, 홍콩증권거래소는 HTFP 주식거래를 중단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회사 시가총액 190억∼200억달러가 사라졌습니다. 리 회장의 지분가치도 같이 날아갔죠.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간단히 보면 이런 겁니다. 시장에서 팔자는 주문이 갑작스럽게, 그것도 대량으로 몰립니다. 마침 그 물건을 사려던 이들은 주춤합니다. 시장가 하락을 예상하니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증시 관계자들을 인용해 “HTFP의 경우 급작스런 대량 매도주문이 시장을 압도했다. 매수자들이 시장에서 발을 뺀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전문가들도 “반값 수준의 매수호가는 시장에 사자는 세력이 많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주가급락 원인이 됐다”고 지적합니다.

일각에선 누군가 이 회사 주식 가격을 고의로 끌어내렸을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과거 HTFP 주가급등의 한 원인으로도 지목됐습니다.

주가조작 사례를 연구하는 서방 전문가들은 “지난 2년간 HTFP 주가가 조직적인 조작으로 올랐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시세차익 vs 빚 담보 마련…줄 잇는 의문= ‘HTFP 사태’가 터진 시점 전후 사건들도 재밌습니다. 이는 리 회장 자산이 어쩌다 날아갔는지를 일정부분 설명해줍니다.

홍콩증권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5월18일, 리 회장 측은 HTFP 주식 7억9570만주를 공매도(숏(Short) 포지션)합니다. 이는 58억 홍콩달러(미화 7억4700만달러) 규모인데요. 단순 계산하면 1주당 평균 7.28홍콩달러입니다.

통상 공매도는 주식 등 상품 가격의 하락장을 내다보고 시세차익을 얻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손에 쥔 물건이 없지만 먼저 팔아 돈을 챙긴 뒤 값이 떨어졌을 때 물건을 사서 건네는 식이죠. 돈을 버는 쪽 입장에선 일종의 ‘시간차 매도→매수’인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리 회장의 공매도 이틀 뒤 HFTP 주가는 폭락합니다.

그렇다면 그는 시세차익을 위해 공매도를 했을까요. 답은 보류하겠습니다. 아직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니까요. 다만 여기서 ‘숏 포지션’의 정의가 중요합니다. 홍콩증시에서 숏 포지션은 단순 시세차익 전술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금융권 대출 담보로 주식을 넘기는 것도 숏 포지션으로 봅니다.

실제 리 회장이 숏 포지션을 한 그날, 하너지그룹 계열 투자사로 영국령버진아일랜드(BVI)에 있는 ‘GL윈드팜 인베스트먼트’가 중국 화룽(華融)자산관리공사에서 2억달러를 빌리며 HTFP 주식 7억9570만주를 담보로 제공했단 사실이 밝혀집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BVI FSC(영국령 버진아일랜드 금융서비스위원회)가 발행한 하너지그룹 대출관련 서류를 인용해 이 소식을 전합니다.

결국 리 회장 측은 빚 담보를 마련하기 위해 증시에서 대량의 숏 포지션을 행사했단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FT 보도 5일 뒤인 5월 29일 화룽자산은 공식 성명을 내고 하너지 측의 담보제공 사실을 전면 부인합니다.

재미있는 건 그 하루 전인 5월 28일, 홍콩증권선물위원회(SFC)가 HTFP 주가폭락 건 조사를 공식화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리 회장 쪽은 사실상 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100% 밝혀진 건 없습니다만, 한 가지는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너지의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겁니다.

늘어나는 빚, 탈출구는 정부 줄 잡기?=우선 리 회장의 회사는 빚 규모가 상당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ㆍ톰슨로이터ㆍ블룸버그 등 분석에 따르면 하너지그룹은 그 전에도 여러 차례 주식 담보로 자금을 댑니다. 2014년 이후 이번 사태 직전까지 여러 금융기관에 주식을 담보 제공한 것만 최소 4차례입니다. 담보 주식 가치는 최소 59억 홍콩달러입니다.

중요한 건 이번까지 총 5차례나 되는 하너지 측 주식담보 대출의 용처(用處)가 밝혀지지 않았단 점입니다. 조세피난처에 위치한 사실상 자기 소유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대규모 주식 담보를 맡기고 돈을 빌렸다는 건 일반인 누가 봐도 석연찮은 점이죠.

게다가 리 회장 측이 담보로 제공한 만큼의 주식을 시장에서 공매도한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실제 작년 8월 14일, 하너지그룹의 투자사 ‘하너지 인베스트먼트’는 HTFP 주식 14억4000만주(당시 주가기준 17억홍콩달러 규모)를 담보로 신비전(Sheen Vision)홀딩스에서 자금을 조달합니다. 홍콩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리 회장 측은 이날 14억4000만주 규모의 숏포지션을 행사합니다. 이 대출금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불명확합니다.

그뿐 아닙니다. 6월 현재 하너지그룹 대출금 규모는 확인된 것만 8억2000만달러입니다. 현지 금융권은 하너지에 최소 61억달러 이상의 신용을 공여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빚이나 신용을 내준 곳은 정책금융기관ㆍ일반은행금리ㆍ금리 10% 이상의 단기자금 대출기관ㆍ지방정부 등 11군데에 이릅니다.

빚을 냈다면 갚을 능력도 돼야 정상이겠죠. 하지만 글쎄요.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6월 4일 “하너지 주가폭락의 ‘유탄’을 맞을 채권자는 누가 될까”라며 우려했습니다. 애초 성사된 큰 계약이 취소되는 등 경영상 악재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 회장에겐 믿는 구석이 있어보입니다. 바로 정부입니다. 현재 그는 전국공상연합회 부주석ㆍ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등을 맡고 있습니다. 모두 중국 공산당과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된 단체죠. 2000년대 초 그가 경제전략 등을 짜는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설득해 중국 서남부의 발전소 건설을 밀어붙인 일화는 유명합니다.

실제 그는 홍콩 증시당국의 조사에도 불구, 거리낌 없이 공개행사에 참석하며 거액 기부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비호(?)로 리 회장이 앞으로도 계속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6일 현재 포브스가 집계한 그의 자산은 194억달러입니다. 여전히 한화 22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손에 쥔 대륙 3위 부호입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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