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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유승민 미래는요?” …與 의원들이 궁금한 까닭
뉴스종합| 2015-07-19 08:33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새누리당 의원들을 사석에서 만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습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입니다. 언론에선 유 전 원내대표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한 까닭입니다.

궁금하긴 기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질문은 돌고 돕니다. 미아리에 돗자리를 편 점쟁이도 아닐 터, 누가 예측하고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궁금해할 따름입니다.



주목할 건 바로 그 ‘궁금증’입니다. 유 전 원내대표 사퇴 이후 당청 관계는 ‘이보다 더 빠를 수 없다’ 같습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회동에 참석한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분위기가 화기애애했고 완전한 회복 이상으로 잘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회동 당시 박 대통령의 표정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죠. 농담이 오가고 웃음이 연이어 터지는 등 당청 관계는 빠르게 봉합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이는 당청 모두의 이해관계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유승민 사퇴로 겪은 상처는 새누리당이나 청와대나 하루빨리 지워야 할 과거죠. 화해의 시그널이 빠르면 빠를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국면에서 농담과 악수, 웃음 정도는 늦출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사면을 두고 당이 경제인을 포함한 대사면을 제안하면 청이 이를 적극 수용하는 식의, 가려운 곳 긁어주는 ‘주고 받고’ 화답 정치도 당청 회복을 대외에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발 빠른 당청 회복은 곧 ‘발 빠른 유승민 지우기’와도 같습니다. 지난 8일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이후 불과 열흘 가량 지난 지금, 이미 유 전 원내대표는 ‘과거’라는 프레임이 더해졌습니다. 당청 회동에선 “새로운 마음”, “새로운 출발” 등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새 원내 지도부의 출범과 맞물려 이제 과거를 잊자는 의견엔 계파가 없습니다. 그렇게 유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에서 빠르게 ‘과거화(化)’되는 중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새누리당 의원마다 사석에선 유 전 원내대표를 궁금해한다는 점이죠. 이 궁금증에도 계파가 따로 없습니다. 사퇴 직후 한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권 주자 중 유 전 원내대표가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여당 의원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입니다. 

물론 의원마다 결론은 제각각입니다. “거품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의원, “총선에서 다시 주목받을 것”이란 의원 등 희비가 엇갈립니다.

분명 유 전 원내대표는 이제 ‘과거’입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이 ‘궁금증’을 놓지 못하는 건 ‘미래’도 결국 곧 ‘과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권도 임기 절반을 지났습니다. 이제 점차 ‘과거 권력’으로 치부될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나이를 거스를 수 없듯, 그 어느 정권도 임기 말 레임덕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현 정권이 ‘과거’로 치부되는 순간, 그 때의 ‘미래’ 권력은 과연 누구 손에 있을까. 궁금증의 핵심은 거기에 있습니다. 유 전 원내대표의 미래를 궁금해하는 건, 대대로 임기 말 현 정권에 각을 세운 리더가 차기 대권 주자로 발돋움했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도 그러했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이명박 정부와 대립했던 박 대통령은 이후 이명박 정권과 각을 세우며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임기 말 레임덕이 오고 인기가 떨어지면 대통령과 선을 긋는 게 표심이 되기 마련입니다. 한국 정치의 역사가 이를 말해주니까요. 새누리당이면서도 대통령과 각을 세울 수 있는 지도자, 그 교차점에 유 전 원내대표가 있습니다. 과거이면서도 과거로만 보기 불편한 이유, ‘정치인 유승민’의 미래에 의원들이 궁금증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가장 큰 분기점은 있습니다. 내년 총선입니다. 유 전 원내대표의 미래엔 의견이 분분한 의원들도 공통적으론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는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아마 그 땐 의원들의 궁금증도 사라지겠죠.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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