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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감독시험, 무너진 대학윤리 살릴까
뉴스종합| 2015-07-23 12:21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지난 4월 중간고사에서 학생들이 집단으로 커닝을 해 물의를 빚은 서울대가 시험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양심에 따라 시험을 치르는 이른바 ‘아너코드(Honor Code)’를 도입키로 했다. 

이번 서울대의 도전을 계기로 이미 수년 전 일부 대학에서 시행한 바 있는 무감독 시험이 대학가에서 부흥할 지 주목된다.

아너코드는 스스로 정직하게 행동하겠다고 서명하는 양심선언이다. 
헤럴드경제DB사진

프린스턴 대학교 등 미국의 유명대학은 이미 시험과 과제물 제출 등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 아너코드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선 한동대가 1995년 최초로 아너코드를 적용해 20년간 운영하고 있다.

한동대 관계자는 “커닝 등 문제가 발생하면 교수가 해당 학생을 신고 조치해 징계를 내리도록 하는데 지금까지 징계를 받은 사례는 없었다”며 “시험 뿐 아니라 모든 학생들의 생활에 아너코드가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자연대가 무감독시험의 운영 방식과 처벌규정을 정하기에 앞서 ‘아너코드’ 적용을 먼저 선언한 데는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신뢰와 윤리의식이 제고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무감독 시험을 시행하는 대학이 서울대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에는 성균관대 사범대에서 이미 무감독 시험이 시행된 바 있으며, 2012년에는 연세대 원주 캠퍼스가 무감독 시험을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성균관대의 무감독 시험은 1년 만에 폐지되는 등 대부분의 대학은 여전히 무감독시험에 대해 부정적이다.

우선 학교 측이 ‘무감독시험’이라는 큰 원칙을 내세울 수는 있지만, 사실상 각 수업을 맡고 있는 교수의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게 큰 이유다.

많은 교수들은 “대단위 강의가 많아 객관식 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는 데다 감독이 있어도 컨닝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무감독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학생들의 내부고발이 얼마나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상당수의 수업이 절대평가와 객관식 시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커닝을 하기 쉬운 구조다.

지난 학기엔 서울대 집단커닝 사건 외에도 부산지역 대학교 학군단에서 치러진 한자자격시험에서도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한 바 있을 정도로 이미 커닝은 대학가에 만연해 있다.

때문에 많은 교육 관계자들은 무감독시험의 운영방식과 부정행위 적발시 처벌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윤리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의 ‘아너코드’가 주목받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무감독 시험과 아너코드 적용이라는 도전이 다른 대학으로도 확산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여전히 국내에서는 무감독으로 시험을 치르는 교수가 단 한 명도 없는 대학이 대다수다.

이에 대해 서울 시내 한 대학교수는 “한 강의에 200여 명이 듣는 대단위 강의와 절대평가 등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윤리의식이 높아지면 커닝 뿐 아니라 논문 표절 등 대학가의 전반적인 문제들이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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