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현장에서 - 김수한] 부촌만 빠져나간 행복주택
부동산| 2015-07-27 11:00
지난 2013년 12월4일 목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열린 목동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궐기대회의 열기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목동의 중심가에 당시 현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서울시의원, 양천구의원, 목동아파트연합회, 양천구 직능단체 등 지역 여론 주도층 수백여명이 몰려나와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대표 주택정책 공약으로 내건 행복주택에 대해 강력하게 드라이브 걸 수 있는 임기 초기였음에도 목동 민심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여당 국회의원까지 나서 행복주택에 대해 직격탄을 날릴 정도였으니 당시 분위기가 어땠는지 짐작하고도 남을만 하다. 물론 반대 논리도 없지 않았다. 당시 목동에 아파트가 너무 많아 추가로 지을 경우 교통지옥이 우려되며, 대선 공약 실행을 위해 유수지 등 주거지로 적합치 않은 지역에 급하게 주택 건립을 추진하기보다는 목동 재건축이 도래하는 시점에 재건축과 함께 자연스럽게 소셜믹스 형식으로 행복주택을 추진하자는 게 반론의 핵심이었다.

그로부터 약 1년 반 후인 지난 7월22일 정부는 목동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정을 해제했다. 목동에 1300가구를 짓겠다는 행복주택 건립안이 원천 폐기된 것이다. 정부는 목동 행복지구 관련 주민들이 낸 소송에서 1, 2심 모두 승소했지만 결국 스스로 포기하는 길을 택했다.

이로써 정부가 추진하려던 행복주택 시범지구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 100가구, 구로구 오류동 890가구, 서대문구 가좌동 362가구, 송파구 송파동 600가구, 송파구 잠실동 750가구,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700가구) 등 목동을 제외한 총 6곳이 남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목동 행복주택을 취소하면서 더 이상 행복주택을 끌고 갈 논리를 잃어버렸다는 말이 나온다. 반대 열기가 목동에 버금가는 잠실(잠실유수지), 송파(탄천유수지)지구의 행복주택을 끌고가기에도 벅차게 됐다. 해당 지구의 취소는 이미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계획된 행복주택 4702가구가 절반 수준인 2052가구로 축소된다. 물론 순조롭게 행복주택이 추진되는 사례 또한 없지 않지만, 왜 이런 ‘시설’은 결국 부촌에서는 없어지고, 그 외의 지역에 들어설 수밖에 없는가. 뭔가 부자와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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