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프리즘 - 조문술] 메르스가 남긴 보건의료 개선 과제들
뉴스종합| 2015-08-05 11:00
증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형식적 요건만 남기고 사실상 종식됐다. 두달여 메르스가 안긴 사회경제적 손실은 보수적인 정부 추산으로도 4조원이 넘는다. 이번 사태로 감염병 대책의 전면적인 손질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전자건강보험증(IC카드), 포괄간호서비스, 공공병원 등 보건의료제도 차원의 몇가지 미비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우선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국내 첫 환자가 확진된 5월 20일 이후 메르스의 급속한 확산은 극도의 공포를 안겨줬다. 먹고 사는 문제마저 마비되다시피 했다. 환자 진료정보 공유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초기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메르스 환자 조회시스템은 최초 확진 후 17일만에야 가동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바로 전자건강보험증이다.

이는 보험증 조회만으로 의료기관 방문이력, 처방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IC칩이 내장돼 비상시 신속한 역학조사가 가능하다. 질병이 어디서,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알 수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응급상황 시 약 부작용이나 만성질환내역 확인을 용이하게 하고 타 의료기관 이용시 중복검사를 최소화하는 장점도 있다. 물론 개인병력 등 민감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없지는 않다. 독일, 벨기에 등 유럽의 보완책을 곁눈질하면 된다.

포괄간호서비스 부재와 가족간병 관습은 메르스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간병인과 보호자가 상주하는 다인실 환경이 바이러스를 퍼날랐다. 메르스 확진자 186명 중 34.4%(64명)가 환자가족이나 문병객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 특유의 간병ㆍ문병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똑같은 사태 재발은 예정돼 있다.

간호사가 중심이 돼 간병 및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포괄간호서비스는 전문서비스 제공, 바이러스확산 제어, 간병비부담 완화, 일자리 창출 등 여럿 장점을 갖고 있다. 실제 한 대학 조사에 따르면 기존 병실에서 1000명당 6.9명이 발생하는 병원 내 감염이 포괄간호병실에서는 2.1명으로 줄었다. 현재 하루 7만∼8만원 드는 간병인 고용비용도 6인실 기준 간병비 3800~7450원으로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도입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는 셈이다.

공공병원의 부족도 감염병을 몇 배로 키우는데 기여했다. 메르스가 한창 유행이던 6월 전염병의 병원 내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음압병실이 부족해 난리를 쳤다. 상당수 민간병원은 수익성 탓에 고비용 저수익의 음압병실조차 없었다.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서울시 보라매병원 등 대형 공공병원이 메르스 환자를 도맡이 치료한 이유다.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도 시급하다. 현행 건강보험 부과체계에서는 같은 소득과 같은 재산의 국민이더라도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 피부양자 등 자격에 따라 보험료 부담에 차이가 발생한다. 연전 ‘송파세모녀 사건’이 이 문제를 적나라하게 대변한다. 어디 이뿐인가. 생계형체납자, 직장 피부양자의 무임승차, 고수입 자영업자의 허위 직장가입자격 취득 등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현행 부과체계다. 보건의료체계 선진화의 밑바탕인 보건의료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을 촉구한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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