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사교육현장 성추행‘사각지대’
헤럴드경제| 2015-08-10 12:01
그나마 믿을 만 하다고 여긴 공립학교에서 사제간 교사간 성추행 사건이 벌어져 국민이 경악하고 있는 가운데, 공교육기관 보다 감독 시스템이 취약한 학원이나 개인과외 등 사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성추행에 더욱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교육은 물론 사교육 역시,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 전력 등이 포함된 경력조회시스템의 범주속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8일 학원 차량 안에서 여중생을 성추행한 50대 원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 원장은 여학생이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문자로 협박까지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 한 연기학원 원장이 수년간 여학생들을 강제추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원장은 자신이 유명대학 연극영화과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말을 듣지 않으면 배우가 되지 못하게 하겠다”며 학생들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에는 여중생 2명을 서울 대치동 학원 공부방에서 상습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유명 수학전문학원 원장 이모씨가 검찰에 의해 기소되기도 했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4년 6월 기준 등록된 사교육 기관은 학원 8만1285곳, 중소규모의 교습소 4만2802곳, 과외교사 10만3744명 등 총 22만7831개이다. 학원을 차리거나 과외교사로 일을 하려면, 법에 따라 학력 증명과 성범죄ㆍ아동학대 경력조회 등을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설립 또는 인가 이후 학원 강사들의 성범죄 행위는 소문만 무성할 뿐 교육당국의 감시가 미치지 못한다.

특히 허가를 받지 않은 사교육기관은 공식 등록한 곳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성범죄 전력을 갖고도 버젓이 아동 청소년을 상대로 무허가 강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적발되더라도 과태료ㆍ영업정지ㆍ등록 말소 등의 행정처분 대상이 되는 데 그친다.

학부모들은 성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이 미등록 불법 학원을 차린다 해도 마땅한 제재 조치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고3 여학생을 둔 주부 신모(51)씨는 “과외 선생님을 부를 때 ‘등록을 했느냐’고 묻기도 어렵다”면서 “걱정이 돼 남자 선생님이 오면 절대 집을 비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현행법상 대학생은 등록을 하지 않고도 과외 교습을 할 수 있어 또 다른 사각지대가 될 위험도 있다. 더불어 학원에 종사하는 강사 외 운전기사나 상담사 등에 대해서는 성범죄경력조회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공교육은 오히려 눈이 많아서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이 많지만 학원들에는 그 시스템이 없다”며 “학원장이 사정을 알면 신고해야 한다는 신고규정이 있지만 제 살 깎아먹는 식이라 적절한 감시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중 상시적으로 교사나 학원시설 미신고 등 불법 운영을 단속하고 있다”면서도 “개인과외의 경우 고발이 들어오지 않으면 사실상 불법임을 찾아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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