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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포츠 칼럼 - 김학수] 문화적 쇼크 감수하는 ‘외인구단’
엔터테인먼트| 2015-08-12 11:17
지난 3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도중 벌어진 창원 LG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 사건은 한국인이나 미국인 모두에게 ‘문화적 쇼크’였다. 애국가가 연주되고 있는 가운데 태연하게 스트레칭을 했던 제퍼슨을 보고 한국 스포츠팬들은 분개했다.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성난 팬들은 “괘씸하다. 우리 문화도 모르는 외국인 선수는 필요없다. 당장 퇴출시켜라”는 비난 글을 SNS에 잇달아 올렸다. 제퍼슨은 해명 기자회견에서 “경기 시작전 애국가가 울릴 때, 통증을 풀어보려고 스트레칭을 했다. 애국가를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를 무시할 생각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팬들은 그의 사과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있었던 개인적인 돌출행동 등을 문제삼았다. 그는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서도 끝내 퇴출돼 시즌 도중 짐을 싸 미국으로 돌아가야했다.

지난 7월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열린 2015 드래프트에서 미국 뉴욕 타임스와 영국 가디언지 등 해외 유력 일간지들이 이례적으로 관심을 보였던 것은 이색적이고 특이한 한국 농구 문화 때문이었다. 드래프트서 1라운드에 선발되면 월봉 3만달러(약 3500만원), 2라운드에 뽑혀도 2만달러를 받을 수 있는 한국 프로농구는 선수들에게 안정된 수입을 보장하고 있지만 문화적 충격도 감수해야 한다는 따끔한 지적을 했다. 제퍼슨 사건을 언급하며 선수 기량과 관계없이 한국의 전통문화와 예절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보도했다. 두 신문은 상사나 동료를 대하는 태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식 등 한국에서 활동하는 동안 흔히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및 방법 등을 한국에서 뛴 경험이 있던 선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 새로운 규정에 의해 193cm를 기준으로 한 팀당 2명씩 장·단신으로 구분해 선발된 외국인 선수 20명은 여느 해 선수들보다도 한국 문화 적응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2012년 개럿 스터츠(KGC 인삼공사) 이후 처음으로 백인 선수로 뽑힌 창원 LG의 맷 볼딘(27·191.5cm)은 이달 초 한국에 도착해 가진 인터뷰에서 “드래프트 이전까지만해도 한국 농구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실현 가능할 것 같지 않던 한국행이 결정된 이후 한국 농구에 대해 좋은 이야기와 소문만 들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큰 기대감을 보였다.

오랜 미국 생활을 경험한 한국농구위원회(KBL) 최종규 경기위원이 “한국 농구는 프로농구를 하는 어떤 나라보다도 대우 면에서 결코 손색이 없다. 고액 연봉 뿐 아니라 식사는 물론 선수 가족까지 챙겨주는 한국 농구는 미국 선수들에게는 좋은 무대로 여겨지고 있다”며 “따라서 한국에 진출하는 미국 선수들은 한국 농구의 실제적인 생활에 맞춰나가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한 것은 올해 첫 선을 보인 외국인 선수 대부분에 해당하는 말이다.

‘귤이 회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중국 속담처럼 한국 농구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고유의 문화적 환경 등에 적응하며 경쟁력 높은 경기력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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