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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0년 애국코드 한켠에 자리한 씁쓸한 ‘헬조선’ 코드
뉴스종합| 2015-08-12 11:00
살인적 실업난속 정부에 실망…지옥불 반도·탈조선…
일부 2030 냉소적 정서 확산



광복 70주년을 앞둔 대한민국에는 영화 ‘암살’의 흥행몰이와 도심 건물들에 걸린 초대형 태극기처럼 곳곳에 ‘애국 코드’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에서의 무기력한 정부에 실망하고, 살인적인 실업난에 절망한 일부 2030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헬조선(hell+朝鮮ㆍ지옥같은 한국이라는 뜻)’ 등 냉소적인 정서가 감지되고 있어 세대ㆍ계층 간 갈등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안한 현실에 대한 2030의 불만이 한국사회와 기성세대에 대한 적개심으로 이어져 반한 감정과 반정부 운동으로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의 처지를 사회와 주변환경 등 ‘네탓’으로만 돌리는 패배주의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헬조선 코드’에 물든 일부 과격 앵그리 2030들은 한국사회를 ‘지옥불 반도(半島)’로 부르거나 한국을 떠나 이민을 가는 것을 ‘탈(脫)조선’이라 칭하기도 한다.

일부 게시판과 페이스북ㆍ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장난스레 쓰이기 시작한 이 말들은 점차 넓은 공감을 얻었고, 급기야는 ‘헬코리아닷컴(www.hellkorea.com)’이라는 사이트까지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내몰리는 구조, 깨지 못한 학벌 서열, 매년 나빠지기만 하는 경기에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 방 한칸 얻기 힘든 물가로 ‘3포, 5포, 8포 세대’ 까지 양산되는 ‘총체적 난국’이 청년들을 냉소하도록 만들었다고 진단한다.

‘답이 없는 현실’에 대한 이들 나름의 저항방식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탈조선(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헬코리아닷컴의 탈조선 게시판에는 이민 방법에 대한 정보 공유가 이뤄진다.

이에 대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학자 알버트 허쉬먼의 저서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원제 Exit, Voice and Loyalty)’를 인용하며 “지금의 한국 젊은이들은 집단적인 목소리(voice)를 낼 여건도 안 되고, 입시와 입사 준비(loyalty)를 안 할 수도 없고, 남은 건 이탈(exit) 뿐인데 이마저도 마땅찮다”고 설명했다.

설 교수는 “결국 ‘제4의 전략’으로 무기력 상태에서 ‘헬조선’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처지를 비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헬조선 코드에서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 심리가 두드러진다.

젊은이들은 “자네, 해 봤어?”로 대표되는 그들의 나무람에 거침없는 비난을 퍼붓는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땀흘린 만큼 기본적인 대가도 받을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청년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며 계도하려는 방식이 청년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며 “헬조선처럼 과격하게 보이는 표현들이 카타르시스에만 머물지 않고 기성세대에게 도발과 자극을 줘 그들이 반성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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