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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울려퍼진 신흥무관학교 군가…광복절입니다
뉴스종합| 2015-08-14 08:07
[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영화 ‘암살’ 상영회. 이날 상영회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엄마 손을 꼭 잡은 아이까지, 국회 대회의실 430석이 빈자리 없이 가득 찼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 영화 상영회다.

기자가 당황한 건 주요 인사말이 끝난 직후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비롯한 시사회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신흥무관학교 군가를 부르고 있다.

“서북으로 흑룡대원 남의 영절의 여러 만만 헌원자손 업어 기르고 동해섬 중 어린 것들 품에다 품어…” 처음 듣는 노래가 국회에 울려 퍼졌다. 국악대와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영상도 화면에 등장했다.

이 노래는 신흥무관학교 군가다. 상영회를 가득 채운 관객들도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분위기는 급변했다. 노래를 집중하며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좌석에 앉은 이 원내대표도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기자 바로 옆에 앉은 흰 머리가 가득한 노인은 노래를 부르다 잠시 눈을 감았다. 노인의 손엔 태극기가 들렸다. 태극기를 쥔 손은 핏줄이 도드라져 있었다. 그는 무슨 기억을 회상하는 걸까.

이날 시사회에선 신흥무관학교 설립자인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 원내대표 외에도 15여 명의 국회의원, 독립운동가 후손이 함께 했다. 착석한 관객 손엔 모두 태극기가 들려 있었다. 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그리고 영화를 보기에 앞서 모두 태극기를 흔들었다. 신흥무관학교 군가가 울려 퍼진 이곳은 태극기 파도가 넘실거렸다.

신흥무관학교는 1911년 세워졌다. 100년을 넘는 역사의 보물이지만, 대중의 기억엔 아직도 낯선 존재다. 영화 ‘암살’에는 신흥무관학교가 등장한다. 배우 조진웅이 신흥무관학교 출신인 ‘속사포’로 열연했다. 영화로나마 가까스로 재조명 받게 된 우리의 역사다.

윤경로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신흥무관학교에 대해 (그간)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저 또한 대학시절 깊이 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우리에겐 먼 존재다. 국회에서 울려 퍼진, 처음 접한 낯설기만 한 신흥무관학교 군가에 숙연해졌다.

현재 우리 군은 신흥무관학교뿐 아니라 한국광복군마저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관련 학계는 헌법 정신에 맞게 신흥무관학교, 한국광복군 등을 육군연혁에 추가하고 한국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을 국군의 날로 지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의 입장은 다르다. ‘정신은 계승하지만, 신흥무관학교와 한국광복군이 실질적으로 국군 창설에 관여한 바가 없다’며 연혁에 넣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다. 일본 아베 총리는 오늘(14일) 전후 70주년 담화를 발표한다. 세계는 일본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 포함될지 주목하고 있다. 
시사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영화상영에 앞서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백정기, 윤봉길, 안중근 모두 다 암살의 주범들이었다”며 “어두운 암살이었지만 우리나라를 밝게 만드는 암살이자 정의를 만드는 암살이기 때문에 광복 70주년을 맞아 많은 분이 ‘암살’을 보고 열광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고 했다. 신흥무관학교는 잊어선 안 될 우리의 역사다. 신흥무관학교의 군가가 국회 담을 넘길 기원한다. 우리 모두에게 더는 낯선 노래가 아니길 바란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가르침처럼 말이다.

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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