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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8.25 합의] 큰 고비 넘긴 박 대통령…후반기 국정운영 획기적 변화 줄까
뉴스종합| 2015-08-25 10:14
[헤럴드경제=최상현ㆍ양영경 기자]밤새 들어온 남북관계 낭보는 임기 하반기로 접어드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의 조짐은 물론 외교ㆍ내치 등 국정 운영 기조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한반도 긴장 상황에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남북간 합의문은 남북이 군사 충돌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데 최소한의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북은 22일부터 25일 새벽까지 ‘무박4일’간 진행된 고위당국자접촉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공동보도문 작성 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측의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악수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나아가 임기 후반기에 접어드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외교ㆍ안보, 내치 등 국정 운영 전반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드레스덴구상’, ‘통일대박론’ 등을 북한에 제안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해 왔으나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의 3차 핵실험 시작, 위성 로켓 발사,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과 북은 화해보다는 대립의 길을 걸어왔다. 그 과정에서 현 정부의 대북 리스크는 줄어들지 않았고 국정 운영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이번에 도출된 합의문은 그런 의미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변곡점으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어렵게 도출된 합의문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획기적인 터닝포인트가 마련된 것“이라며 “임기반환점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하반기 국정 수행에서 남북의 경제적 협력 등 구상을 넓혀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임기 전반기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확고한 원칙’과 더불어 ‘유연한 대응’이라는 ‘투트랙’을 통해 경색된 대북 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이 이번에 합의한 대로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한 조치뿐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민간 분야 교류를 활성화해 남북 관계가 발전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실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이런 맥락의 연장선 상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질문에 “분단 고통 해소와 평화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도 그런데 도움이 되면 할 수 있다. 그런 것을 하는 데 있어서 전제조건은 없다”면서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는 열린 입장임을 밝혔다.

또 이번 공동합의문으로 박 대통령이 하반기 동북아 외교전을 주도할 수 있는 토대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바꿀 계기를 마련함에 따라 대미, 대중외교도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기존의 외교 포인트가 주로 ‘북한의 도발 저지’와 ‘한반도 위기 상황 관리’에 맞춰졌다면 뒀다면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쪽으로 외교의 무게 중심이 옮겨질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의미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박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대일 외교도 주도권을 갖고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 얻은 지지 기반은 내치에서도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하반기 핵심 국정 과제인 노동 개혁을 비롯한 공공ㆍ노동ㆍ금융ㆍ교육 등 4대 개혁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남북관계 개선은 대북 리스크 감소로 경제 심리 호전과 투자 활성화로 이어져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합의문 도출은 박 대통령의 원칙과 소신의 균형이 대북정책에도 녹아난 결과”라며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관계가 상당히 개선되면 다른 정책이나 국가사업에도 상당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개성공단과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이를 통해서 국내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합의문에 ‘사과’가 아닌 ‘유감’ 을 표명했고 재발방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다시 한반도 정세를 도발 국면으로 바꿀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이 이번 합의문을 뒤엎고 노동당 창건일인 오는 10월10일을 계기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대규모 무력시위 등 군사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합의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 등 도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남북관계 개선은 남북이 앞으로 합의문 내용을 얼마나 의무적으로 이행하는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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