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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협상 타결…일상복귀 기쁜 연천ㆍ파주 주민들
뉴스종합| 2015-08-25 11:03
경계 투입 군 장병, 대피소 청소ㆍ영농활동 지원 나서


[헤럴드경제(연천)=박준환 기자] 지난 20일부터 닷새간 불안 속에 대피소 등에서 지낸 경기도 파주와 연천 등 접경지역 주민들은 25일 새벽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극적으로 합의안이 도출됐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집으로 돌아갔다.

휴전선이 지척인 파주와 연천 주민들은 지난 4일 북한의 목함지뢰, 지난 20일 포격 등 잇단 도발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첨예화한 탓에 그동안 밤잠도 제대로 못 이루며 마음을 졸여왔다.


매일 밤 대피소에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낮에는 생업을 위해 긴장 속에 구슬땀을 흘려야 하는 등 생업과 대피소 생활을 병행해야 했다. 수확 철을 맞은 농작물을 수확하거나 가축의 먹이를 주는 등 미룰 수 없는 일과 때문이었다.

오전 6시께 일어나 낮에는 밀린 일을 하고 저녁 무렵 다시 대피소로 와서 오후 10시께 잠을 청하는 생활이 닷새간 계속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날 새벽 전해진 남북 고위급 회담 타결 소식은 ‘긴 가뭄에 단비’가 됐다.

지난 22일 1차 협상이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회하면서 파주ㆍ연천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이 때문에 2차 접촉이 재개됐을 때만 해도 대피소로 몸을 피한 주민들은 결과에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협상이 시작된 지 30시간이 지난 24일 오후 9시30분까지도 남북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피소 주민들의 속은 다시 타들어갔다.

연천 중면 횡산리의 은금홍 이장은 ”새벽까지 마을 주민들과 함께 대피소에서 TV를 봤는데 협상 타결 소식을 듣고 일제히 박수를 쳤다”며 “오이도 따고 고추도 따야 하는 등 농사일이 밀렸는데 너무 다행”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곶리의 박용호 이장도 “닷새 동안 주민들이 대피소에 머물며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지만, 협상이 잘돼 오랫동안 대피 생활을 한 보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주 비무장지대 내 대성동 마을의 김동구 이장은 “아침에 뉴스를 보고 군부대에 바로 전화했다”며 “만생종 벼 이삭이 막 올라오는 때라 논에 물관리를 해줘야 하고 김장용 배추 모종도 옮겨 심는 등 그동안 속이 탔는데 천만다행”이라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민들의 속마음을 잘 아는 군부대도 농사일이 급한 주민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육군 28사단은 이날 아침 대피소와 주변 청소를 지원한데 이어 오전부터 중면 횡산리와 삼곶리 등 10여 곳에 100여 명을 투입, 농사일을 도왔다.

박용호 이장은 “아침에 장병들이 나와 대피소 주변 쓰레기를 청소하고 돌아갔고 농사일 대민지원을 나온다고 연락이 왔다”며 “당장 농사일이 산더미처럼 밀렸는데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민통선 북단 출입이 금지돼 지난 24일 2학기 첫날부터 다른 학교로 출근해야 했던 파주 대성동초등학교 교직원 19명은 오후부터 정상적으로 대성동 초교로 출근해 26일 개학을 준비한다.


p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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