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오늘! 대한민국 공무원] 야근·휴일출근에도…공무원 경쟁률은 284대 1
뉴스종합| 2015-08-31 11:13
<대한민국 공무원 안과 밖>
청년실업 장기화 출구는 公試…취준생 35%는 공무원 준비
“밖에서 보는것과 온도차 크다”…작년 1만여명 명퇴 신청
중앙부처 비상근무 예사


284.8대 1, 183.2대 1.

상위권 대학 인기학과 입시경쟁률이나 대기업 신입사원 채용경쟁률 얘기가 아니다.

부산시와 충청북도가 31일 각각 밝힌 행정직군 7급 공무원 공채시험(284.8대1, 10명 선발에 2828명 응시)과 7급 공무원 공채시험(183.2대1, 6명 선발에 1099명 응시) 경쟁률이다.

정부세종청사에 출근하는 공무원 모습.

부산과 충청북도의 경쟁률이 유독 센 편이긴 하지만 행정자치부가 전날(30일) 발표한 서울 제외 지방공무원 7급 공개경쟁 채용시험은 125.1대 1로 역시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지난 6월 실시한 5급 행정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제2차 시험 역시 8.9대 1로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수준이었다.

경기침체와 청년실업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공무원고시, 이른바 ‘공시’를 준비하는 청년층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5월 기준으로 15~29세 청년 취업 준비생은 63만3000명이었는데, 이 중 34.9%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관련기사 4면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뽑는 공무원은 2만2000명인데, 10배에 해당하는 22만명이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통계는 지난해 조사 때보다 6.9%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경쟁률을 뚫고 공직에 진출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사혁신처가 지난 7월 발간한 ‘2015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1만943명의 공무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명예퇴직 신청 공무원 숫자가 1만명을 넘어선 것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교육공무원까지 포함한 수치라고는 하지만 일반직 공무원 명퇴 신청자도 4161명으로, 지난해(1553명)에 비해 2.6배나 늘었다. 공무원연금개혁과 재취업제한 강화 등 변화된 환경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은 공무원연금개혁 등의 영향도 있지만 예전과 달라진 공직사회 분위기를 먼저 꼽는다.

중앙부처의 6급 공무원인 K 씨(37)는 “공무원 생활이란 게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느끼는 격차가 크다”며 “야근은 기본이고 휴일에도 출근해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K 씨는 “특히 국민과 국회, 언론 등 정책수요자를 직접 상대하는 경우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평생직장이라 해도 적성에 맞지 않으면 버티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중앙부처 공무원의 업무강도는 상상 이상이다. 최근 북한의 도발로 촉발된 남북긴장 고조나 세월호 참사 등 국가적 재난이 초래됐을 때, 그리고 가뭄과 홍수, 폭설 등 천재지변은 물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구제역, 조류독감 등 전염병이 확산될 때는 그야말로 출퇴근도 없는 비상근무에 들어가게 된다.

5급 행정고시 출신인 S 씨(38)는 “대한민국의 위상과 역할이 커지면서 정부의 일도 점차 늘어나는데 인원은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지만 일부 부정부패 등으로 인해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차갑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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