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외교
[한중정상회담] 박근혜 對 김정은…시진핑과 정상회담 스코어 ‘6:0’
뉴스종합| 2015-09-03 06:32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6:0.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가 출범한 이후 한중정상회담과 북중정상회담이 열린 횟수다.

6:0이라는 수치는 변화된 한중관계와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대변해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시 주석과 베이징(北京)에서 여섯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지난 2013년 6월 박 대통령의 국빈방중을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 인도네시아 발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14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넉달 뒤인 시 주석의 국빈방한, 그리고 같은 해 11월 베이징 APEC 등을 계기로 총 5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2013년 9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환담을 포함하면 이번까지 총 7차례에 달한다.


한중정상회담의 횟수가 거듭되면서 두 정상간 친밀감도 깊어졌다.

시 주석은 이날 박 대통령과의 여섯 번째 한중정상회담에 이은 특별오찬을 주최하며 박 대통령에게 각별한 배려와 환대를 표시했다.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 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 각국 정상 30여명과 국제기구 및 지역기구 대표 10여명이 베이징에 모인 가운데 시 주석이 별도의 시간을 내 특별오찬을 가진 것은 박 대통령이 유일하다.

중국측은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사진이 인쇄된 오찬 메뉴판에 각각 ‘이신전심 무신불립’과 ‘번영창조 미래개척’이라는 글귀를 한글과 한자로 병기하는 등 꼼꼼함을 보이기도 했다.

형식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특별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당초 예정된 20분의 시간을 14분 넘긴 34분간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곧바로 1시간4분간 특별오찬을 함께하는 등 1시간40분간에 걸쳐 한반도와 동북아정세, 그리고 양국 현안을 주제로 심도있는 대화를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늘 회담은 종전 70년과 우리의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을 맞는 역사적 해에 개최되는 만큼 의미가 더 크다”며 “지난 세기 양국이 함께 겪은 환난지교의 역사가 오늘날 양국 우의의 소중한 토대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 양국이 직면한 여러 도전을 해결하는 데도 잘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오늘날 박 대통령과 저의 협력으로 현재 한중관계는 역대 최상의 우호관계로 발전했다”며 “현재 한중 양국은 정치, 경제, 무역 등 다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민간교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오찬을 위해 이동할 때 마주보고 웃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한중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반면 전통적 혈맹이던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2012년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이후 아직껏 시 주석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당초 중국 전승절을 통해 외교무대에 데뷔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기도 했으나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이끄는 대표단 파견으로 대신했다.

북한이 김 제1위원장이 불참키로 한 가운데 헌법상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아닌 최 비서를 파견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불만의 기색이 역력하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최 비서 파견에 대해 “북한이 격이 맞지 않는 인사를 파견해 노골적으로 중국의 체면을 깎아 내렸다”고 분석했다.

한중관계와 북중관계의 역전현상은 시 주석이 지난 2013년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북한보다 남한을 먼저 찾은 이후부터 지속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가하는 동안 김 제1위원장은 북한에 머물기로 하면서 남북한 동맹국간의 변화 조짐이 나타날 것”이라며 중국의 혈맹이던 북한이 고립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0여년간 굳건한 혈맹을 유지해온 북한과 중국은 북한의 2013년 3차 핵실험 감행과 중국통이었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 이후 관계회복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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