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건물서 에너지 年30조 샌다?…“질 낮은 부품 제도적 근절을”
부동산| 2015-09-08 11:35
지난해 국내 에너지 수입액은 약 215조원에 달한다. 건축물이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 중에서는 냉난방(55%)과 급탕(16%) 등 기계설비 분야가 전체의 71%, 나머지 29%는 전기 분야가 차지한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이하 기계설비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축물의 기계설비 분야에서 사용하는 연간 에너지는 돈으로 환산하면 약 30조원 규모에 달한다.

기계설비건설협회는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건축물이 실제로는 ‘빚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건물에 에어컨 가동, 온수 공급 등으로 생기를 불어넣는 기계설비공사의 단가가 지나치게 낮아 값싼 부품으로 시공될 우려가 있고, 이는 결국 대부분의 건물들이 멋진 외관만큼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선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막대한 물량의 기계설비가 투입되는 한 아파트 대규모 단지 공사 현장.

그러다보니 약 30조원에 달하는 건물의 기계설비 분야 소비 에너지가 제대로 쓰여지지 못하고 줄줄 새고 있다는 우려로 비화되는 것이다. 협회의 이 같은 우려는 실제로 건설업계에서 건축물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낭비 없이 쓰려면 고품질의 기계설비공사가 필수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기계설비공사가 건축공사의 하도급 공사 중 하나쯤으로 인식돼 하도급 과정을 거치면서 단가가 싸질 수 밖에 없다”며 “공사 단가가 싸다보니 건물 내부의 심장 역할을 하는 기계설비들이 값싼 부품으로 이뤄질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기계설비 품질을 높이려해도, 현재 구조상 상대적으로 저가 제품이 버젓이 활개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전기공사, 통신공사, 소방설비공사가 건축공사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독립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기계설비공사는 건축공사의 하도급 공사로 ‘하층 구조’로 인식돼 있기 때문이라고 관련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기계설비건설협회 관계자는 “기계설비공사라는 게 원시적인 건물을 지을 당시에는 수도꼭지 시공 등에 불과해 건축공사의 하도급으로 문제될 게 없었지만 초고층빌딩이 즐비한 오늘날에는 건축공사와는 또 다른 고도의 설계 및 시공이 필요한 독립적 분야로 발전했다”며 “이에 맞춰 초현대식 건물 수준에 맞는 기계설비가 시공되려면 현재의 법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협회의 다른 관계자는 “겉으로 번지르르한 초고층빌딩 내부 기계설비가 저가 부품으로 시공됐다고 상상해 보라”며 “현재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건물이 그런 식으로 시공되고 있어 어느 건축물이든 에너지가 줄줄이 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 전체로 보면 그 비용은 실로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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