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업계 관계자는 “와인 애호가인 이건희 회장이 마셨다면 당연히 품질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한번쯤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때문에 ‘이건희 와인’이라는 닉네임이 붙여지는 순간 동이 나버린다”고 말했다.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
일명 ‘이건희 와인’으로 이름 붙은 와인은 ‘샤또 라뚜르’, ‘샤또 몬텔레나 카버네 소비뇽’, ‘케이머스 스페셜 셀렉션 카버네 소비뇽’, ‘샤또 드 보까스텔 샤또뇌프 뒤 빠프’, ‘발타자 레스 모노폴 리슬링’ 등 미디어를 통해 소개된 것만 해도 10여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11년 1월9일 이 회장이 자신의 칠순 기념 만찬에서 그룹 사장단에게 선물했던 ‘피터 마이클 벨 꼬뜨 샤도네이 2006’은 단연 눈길을 끈다. 프랑스 정통 와인을 선호하고 ‘레드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이 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산 화이트 와인을 선택했기때문이다. 이 와인의 가격은 29만원으로, 당시 ‘이건희 와인’이라는 닉네임이 붙으면서 한정물량만 한국에 들여와 연간 300병 가량 팔리다가 그 해 1000병 넘게 팔렸다.
피터 마이클 와인. |
당시 세간에서는 이 회장이 자신이 선호하는 프랑스 와인 대신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1976년 ‘파리의 심판’을 통해 깨달을 수 있는 도전정신을 설명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그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지금부터 10년은 100년으로 나아가는 도전의 시기로,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사업ㆍ제품은 10년 안에 사라진다”는 동일한 메시지 던졌다.
캘리포니아산 와인은 1976년 이른바 ‘파리의 심판’ 품평회를 통해 프랑스 와인을 누르고 최고 와인으로 인정받았다. 이때부터 캘리포니아산 와인은 ‘도전정신’의 대명사로 통했다. ‘파리의 심판’은 1976년 프랑스 파리에서 당대 최고였던 프랑스 특등급 와인과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결과를 일컫는 말이다. 당시 세계 최고가였던 프랑스 유수의 와인을 제치고 레드 와인 부문에서는 미국의 스택스 립 와인 셀라(Stag‘s Leap Wine Cellars)가, 화이트 와인 부문에서도 역시 미국의 샤또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가 최고의 영예를 차지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피터 마이클 벨 꼬뜨 샤도네이’는 피터 마이클 소유의 6개의 샤도네이 포도밭 중 가장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있는 밭인 ‘벨 꼬뜨’에서 생산된 샤도네이 품종의 포도로 만들어지는 화이트 와인이다. ‘벨 꼬뜨’는 불어로 ‘아름다운 언덕’을 뜻한다. 이름 만큼이나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특히 높은 고도와 그늘이 지는 서쪽 경계에 포도나무들을 심어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샤도네이 품종을 서서히, 그리고 훌륭히 재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와인은 마셨을 때 탄탄한 느낌을 주며 장미, 리찌, 감귤류 과일의 풍미와 미네랄과 각종 향신료, 삼나무 등의 복합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풀 바디에 크림과 같은 질감을 지녀 관능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풍미의 감소를 막기 위해 정제나 여과없이 그대로 병입하기때문에 화이트 와인이지만 풍미가 매우 강렬한 특징도 지닌다. 또 매끄럽지만 높은 산미를 가지고 있어 10년 정도 숙성을 거친 후에 마시면 더욱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 |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는?
1982년 영국인 피터 마이클 경과 그의 아내가 세운 ‘피터 마이클(Peter Michael) 와이너리’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유럽 귀족풍의 와이너리로 불린다. 이 와이너리는 포도밭과 그 와인의 탁월함, 희소성으로 인해 컬트 와인의 반열에 올라 있다. 컬트와인은 한정된 생산량으로 희소가치가 높은 고가 와인이다.
특히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는 산악지형의 포도밭에서 자란 포도를 프랑스 전통 방식으로 양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와인이지만 정통 유럽 와인의 수공업 방식과 자연발효를 고집하는 것도 피터마이클이 ‘미국 속 유럽 와인’이라 불리는 배경이다.
심플하지만 매우 근본적이고 강력한 양조철학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들은 와인에 있어 ‘포도밭의 테루아(Terroir)야 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와인은 과장됨 없이 우아해야 하며, 위대한 와이너리를 만드는 것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생각한다. 이 간단한 메시지가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를 대변한다.
그는 와이너리를 세울 때부터 자신의 가문에서 100% 오너십을 갖고 100년 이상 지속될 와이너리를 만들겠다는 ‘100ㆍ100’ 원칙을 갖고 만들었다. 영국에서 사업을 하던 피터 마이클은 1975년부터 7년 동안 돌아다닌 끝에 이 땅을 찾아 와이너리를 세웠다.
그는 ‘좋은 토양과 아름다운 경관, 물이 좋은 곳’ 등 세가지 입지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곳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지금의 와이너리를 찾아냈다. 1982년 이 땅을 사들인 피터 마이클은 1983년에 처음 포도 묘목을 식재하고 1987년에 첫 빈티지 포도를 생산했다. 1989년에는 생산한 첫번째 빈티지 와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피터 마이클은 현재 각기 다른 불어로 지어진 이름을 지닌 총 10개의 단일 포도밭 만을 소유하고 있다. 이곳은 모두 소노마 동부의 해발 고도 370~600m 사이에 위치하는 산악 포도밭이다. 와이너리는 각기 다른 밭의 토양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포도품종 하나 만을 선택해 저소출(Low yield)로 포도를 재배하며 와인을 양조한다. 총 15종류의 와인을 만드는데, 2개의 소비뇽 블랑, 6개의 각기 다른 샤도네이, 4개의 피노 누아, 3개의 보르도풍 블렌드 레드 와인이다. 총 생산량은 연간 36만병 가량이다.
첫 빈티지를 시작에 선보인지 30년도 지나지 않은 곳이 컬트급 와인으로 불리는 것은 와인의 품질에 대한 부단한 노력때문이다. 이곳은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 제조방식보다 3배 이상 시간이 더 걸리는 독특한 양조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들의 화이트 와인은 모두 재배한 포도송이를 한번에 압착해서 즙을 빼내는 ‘전송이 압착방식’으로 양조된다. 이 방법은 일반적으로 ‘줄기제거→파쇄→압착 방식’ 보다 3배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결과물인 와인의 품질은 한층 탁월하다.
피터 마이클은 좋은 밭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았고 완벽한 설비를 갖췄다. 여기에다 100년을 내다보고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려고 했다. 물론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에 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국인이 생산하는 와인이기에 백악관에 영국 손님이 올 때 자연스레 내놓았던 것. 백악관 행사 때 자주 쓰이며 세계적인 인지도가 함께 따라 올라갔다. 할리우드 스타인 톰 크루즈, 잭 니콜슨, 리차드 기어, 로버트 레드포드 등도 피터 마이클의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피터 마이클 라프레 미디 소비뇽 블랑 2006’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 와인은 현재 단종돼 국내에서는 판매되지는 않는다.
▶찰떡궁합 음식은 ‘민어회’
‘화이트 와인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샤도네이 품종을 100% 사용한 ‘피터 마이클 벨 꼬뜨 샤도네이’는 풍부한 과일 풍미와 함께 적정한 산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 와인은 전송이 압착방식, 정제와 여과없는 양조방법 덕분에 다른 샤도네이 와인보다 더욱 화려하고 강렬한 풍미를 가지고 있다.
화이트 와인 임에도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입안을 탄탄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강해 가벼운 샐러드, 해산물은 물론이고 삼계탕, 족발과 같은 기름지고 부드러운 육류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샤도네이 와인, 특히 ‘피터 마이클 벨 꼬뜨 샤도네이’에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가장 먼저 민어회가 떠오른다. 예로부터 임금님 보양식으로 올렸다는 민어회는 찰지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어 풍부한 질감의 화이트 와인과 매우 잘 어울린다. 특히 기름진 뱃살과 쫄깃쫄깃한 꼬리 살과 함께 먹는다면 와인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피터 마이클 벨 꼬뜨 샤도네이 (Peter Michael Belle Cote Chardonnay)
○원산지 : 나이츠 밸리(Knights Valley)-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
○품 종 : 샤도네이 100%
○적정 음용온도 : 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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