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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에 찍히면 웃는다
엔터테인먼트| 2015-09-09 11:36
원정경기 레바논 3대0 격파
발탁한 인재들 펄펄 날아

쐐기골 권창훈 단연 두각
미드필더 정우영도 믿음직


쓸 만한 선수가 없다고?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자리에 오르면 나오는 단골 멘트 중 하나다. 확실한 주전 몇명을 제외하면 믿을만한 카드가 많지 않고, 다양한 선수들을 불러들여 오디션(?)을 하지만 눈도장을 찍고 꾸준히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한국인도 아닌 독일출신 울리 슈틸리케 현 축구대표팀 감독의 다양한 선수 등용은 잇달아 ‘숨은 인재’의 발굴이라는 소득으로 이어지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낸다.

8일(한국시간) 열린 레바논과의 월드컵 2차예선 3차전은 3-0 승리라는 결과, 22년간의 무승징크스를 끊었다는 후련함 외에도 새 얼굴들의 좋은 활약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선사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수원의 21세 득점기계 권창훈의 활약이 단연 백미였다.

권창훈은 주장이자 팀의 구심점인 기성용과 중원에 포진되는 중책을 맡았다. 기성용을 잘 서포트하는 역할만 해내도 박수를 받았을지 모르지만 권창훈은 날카로운 돌파력, 뛰어난 개인기에, 위력적인 슈팅능력까지 선보였다. 팀의 3번째 골도 권창훈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기성용의 예리한 스루패스를 받은 권창훈은 수비를 등지고 있다가 한번 트래핑으로 슈팅공간을 만든 뒤 날카로운 터닝슛으로 레바논 골문을 갈랐다. 허리에서 공격진까지 권창훈의 존재감은 충만했다.

앞서 라오스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A매치골을 신고했던 권창훈은 2경기 3득점으로 전문 스트라이커못지 않은 공격력을 과시했다. 향후 대표팀에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권창훈의 뒤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정우영(빗셀 고베)도 인상적이었다. 거친 상대선수들을 맞아 물러서지 않고 이를 저지하는 정우영 덕분에 기성용과 권창훈의 공격본능은 더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미 호주 아시아선수권 당시 철저히 무명에 가까웠던 이정협을 발탁해 ‘도박이 아니냐’는 말을 들었지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선수임을 증명해 보였다.

이후 김승규 정성룡으로 굳어가던 GK에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을 뽑아 스펙트럼을 넓혔다. 평소 눈여겨 보지 않았다면 뽑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금은 1인자로 평가됐던 김승규와 김진현의 경쟁이 향후 한국골문을 든든히 지켜줄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안컵에서 화려하게 비상한 전북 이재성도 빼놓을 수 없다.

이재성은 이미 전북의 핵심 선수이자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였지만, 대표팀에서도 미드필드의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만능카드임을 입증했다.

여전히 원톱자리는 확실한 주전감을 찾지 못한 한국대표팀이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다양한 선수발굴이 성과를 보이면서 대표팀은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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