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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을에서 답을찾다] ‘사람 사는 재미’ 서울마을 이야기
뉴스종합| 2015-09-09 11:19
#. 서울 신정동 대단지 아파트인 이펜하우스. 지난 2012년 4월 아파트 신축과 함께 작은 도서관 ‘나무그늘’이 개관했다. 나무그늘은 영유아 및 초등학생 부모들로 늘 붐볐다. 이들의 관심은 단연 ‘육아’와 ‘교육’이었다. 공통된 관심사로 하나의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이 때부터 나무그늘의 변신이 시작됐다. 평범한 책 읽는 도서관에서 ‘체험하는 도서관’으로 진화했고 도시락을 먹고 즐기는 ‘락(樂) 파티’ 공간으로 발전했다. 주민 모임은 계속 생겨났다. 지금은 아파트 안전을 지키는 ‘자율방범대’, 마을 축제를 주관하는 ‘라온지기’, 노래를 사랑하는 모임인 ‘이펜합창단’ 등 16개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이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지만 여전히 생소하다. 워낙 종류가 다양해 일반화하기 어려운데다 점 조직 형태로 생겨나기 때문에 시민들이 체감하는데 한계가 있다. 서진아 서울시 마을공동체 담당관은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 마을공동체는 서울시가 개입하기 이전부터 지역사회에 있었다. 부녀회나 반상회가 그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마을공동체로 묶고 좀더 효과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하나의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업 초기 ‘정치 조직’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서울 마을공동체 사업 중 우수 사례인 성북구 참길음공동체사업단 참여단체 대표 및 주민들이 사업회의를 하고 있다(위). 후암동 마을축제에 판매할 업사이클링 병따개를 나무로 만들기 위해 디자인에 한창이다(아래).

▶7만명 참여ㆍ2700여개 모임=마을공동체 사업의 핵심은 ‘주민 주도 모임’이다. 그러나 서울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는 만큼 불가피하게 최소한의 형식을 갖춰야 했고, 행정을 모르는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됐다. 사업 초기 각종 단체들이 마을공동체 사업의 주체로 등장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박원순 시장이 등장하면서 체계를 잡아갔다. 서울시와 자치구에 마을공동체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민관협치기구인 마을공동체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정지원조직인 종합지원센터도 잇따라 문을 열었다.

무엇보다 마을공동체 사업 신청 조건을 확 바꿨다. 기존에는 10~15명이 모여야 마을공동체 사업을 신청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이 조건을 ‘주민 3명’으로 확 낮췄다. 서진아 담당관은 “획기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사업 신청 조건이 바뀌면서 단체 중심의 마을공동체 사업이 주민 주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서울시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이 ‘관건’=마을공동체 사업이 주민 주도로 자리를 잡는데는 성공했지만 ‘앞으로’가 문제였다. 즉 서울시의 예산 지원 없이 자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시가 올해 마을공동체 사업에 주안점을 두는 부분도 이것이다.

서울시는 마을공동체의 종류에 따라 2~3년까지 지속적으로 예 산을 지원한다. 그사이 주민들이 생활에 꼭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그 마을공동체는 유지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두 사라진다. 특히 임대료를 내야 하는 ‘공간’ 중심의 마을공동체가 받는 타격은 크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예산은 투입했는데 성과는 없게 된다.

마을공동체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해 마을공동체 성공모델을 육성하기로 했다. 서울 시내 4개 학교를 대상으로 ‘마을과 함께 하는 학교’ 사업을 추진하고 방과후 돌봄과 교육을 마을에서 진행하는 주민 모임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위례, 마곡, 내곡 등 신규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공동체 대표모델도 발굴할 계획이다.

서진아 담당관은 “마을공동체 참여자 대부분이 자존감과 자신감이 높아지고 지역시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면서 “수익금 등을 모아 마을기금을 만들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마을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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