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대졸자 전문대 재입학, 이런 사회적 낭비 어딨나
뉴스종합| 2015-09-11 11:03
4년제 대학과정을 나오고도 취업이 되지않아 전문대학으로 다시 입학하는 ‘유턴(u-turn)’ 현상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제출받은 ‘2012~2015년 일반대학(4년제) 졸업 후 전문대학 유턴입학 현황’에 따르면 최근 4년간 4년제 대학 졸업생 가운데 전문대로 재입학하고 실제 등록을 한 학생은 5017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2년에는 1102명 정도였으나 올해들어서는 1379명선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여기에 통계에선 빠져있는 4년제 대학을 중도에 접고 전문대로 진로를 바꾼 학생을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대 재입학생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 취업 난이 근본 원인이다. 취업을 해야 하는 데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는 멀쩡한 청년들이 130만명이나 된다. 당장 학자금을 대출받아 졸업했으나 취업을 못해 이를 갚지 못하는 학생만 해도 100만명에 이를 정도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4년제 대학 졸업장을 쥐고도 취업이 한결 용이한 전문대 관련 학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전문대로 유턴한 절반 이상이 간호학과 택한 것을 비롯해 유아교육과, 물리치료과 등 취업이 잘되는 학과로 몰리는 것은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겉만 번지르한 4년대 대학에 비해 특성화 교육과 산업체 연계 교육과정이 탄탄한 전문대가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전문대 졸업생 취업률이 지난해 평균 61%로 일반대의 52.6%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대학 진학 시행착오와 진로변경으로 허비되는 사회적 비용이 날로 커진다는데 있다. 4년 동안 학비와 생활비 허비는 물론 재입학한 전문대를 졸업하기 위해 추가적인 지출을 해야 한다. 단순히 유턴족 5017명의 사회적 비용만도 대학졸업하는데 2288억원, 재차 전문대 졸업비용이 1569억원 등 모두 3857억원의 돈이 들어간다.

이같은 불합리를 고치기 위해서는 학력 인플레를 조장하는 사회적 풍토와 대학의 구조개혁, 전문대 수업 연한의 다양화 등의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취향과 향후 진로, 성적 등과 무관하게 4년제 대학 입학 원서를 쓰고 이를 고집하는 과시적 행태 역시 마땅히 개선돼야 한다. 무엇보다 적성과 능력을 감안한 진로ㆍ 진학 교육의 체계화는 필수다. 기업 역시 학력 보다는 자질과 역량을 중시하는 인재를 과감히 채용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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