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정종섭’ 두고 창과 방패 맞서는 국회…국정감사는 언제 할래
뉴스종합| 2015-09-13 08:34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회 국정감사장에는 ‘총선, 필승!’ 메아리가 떠나질 않고 있습니다. 여야가 내년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다지는 결의는 아닙니다. 지난달 25일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정종섭<사진> 행정자치부 장관의 ‘총선, 필승!’ 건배사를 두고 여야가 피 튀기는 공방을 벌이는 겁니다. 


이번 국감에서 첫 파행을 빚은 지점도 바로 여기였습니다. 지난 1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행정자치부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 건배사와 관련, 정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국정감사장에서 일제히 퇴장했습니다.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 앞서 “지난번 건배사 논란은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긴 역부족이었습니다. 

분위기를 의식한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 장관의 발언이 적절하지는 않았다”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잘못은 잘못이고, 일단 국감은 정상 진행해야 한다는 의도가 실린 말입니다. 그러나 자리를 비운 야당 의원들은 돌아올 줄 몰랐습니다. 결국 이날 오전 국감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오후에는 여당의원만 참여한 ‘반쪽 국감’이 이뤄졌습니다.

안행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 장관은 선거를 총괄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며 “정 장관은 국감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감을 거부한 야당의 이유입니다. 같은 날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오는 14일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 결과가 나오면 정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며 정 장관 압박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야당의 집중 공세에 다음날 여당 주요당직자들은 국회에서 ‘정종섭 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원래 명칭은 ‘정기국회 대책회의’입니다. 하지만 대책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정종섭 장관’이 이어졌습니다. 국감을 논할 자리를 정 장관이 대신한 셈이죠.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4년, 2007년 열린우리당 후보 지지 발언 논란을 거론했습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논란은 헌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비교해보겠다”며 “노 대통령은 반복적ㆍ의도적으로 선거법 위반을 했는데 그에 비해 정 장관과 최경환 부 총리의 발언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안행위 여당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이 말한 것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며 단순한 우발적 실수”라며 “정 장관은 손사래를 치며 건배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고, 그마저도 즉흥적ㆍ비계획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정감사의 대책을 논하는 장에서 우수수 터져나오는 ‘정종섭 감싸기’는 더욱 돋보였습니다.

이날 안행위 국정감사장에서도 ‘총선, 필승!’은 수차례 언급됐습니다.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에게 “정 장관의 연찬회 참석이 잘못이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거죠?”이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선관위가 야당의 압박에 넘어가진 않겠지만 (정 장관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을 잘 해주길 바란다”고 받아쳤습니다. 이제 고작 국감 둘째 날, 파행과 진행 사이를 오가는 아슬아슬한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국정 현안에 매진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국감 시즌. 정 장관 논란에 치우쳐 주된 논의에서 벗어나거나 아예 논의의 판이 뒤바뀌는 상황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 “거듭 정 장관의 사과를 받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걸 갖고 온종일, 지속적으로 국감을 열지 않는다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이쯤에서 국정감사의 본래 취지를 다시 생각해볼 땝니다. 한 의원은 국정감사를 두고 “여야의 싸움이 아니라 국민과 정부의 대화 자리”라고 표현했습니다. 그것도 1년에 단 한 번,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정 전반을 살필 수 있는 자립니다.

국정감사 시작에 앞서 여야는 ‘민생국감’, ‘상생국감’을 외쳤습니다. 정종섭을 위해 빼든 창과 방패를 잠시 내려놓고 본인들이 외쳤던 것을 몸소 실천할 때입니다.

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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