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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nsight-배상범] 편견 없는 시장과 한국車의 경쟁력
뉴스종합| 2015-09-14 11:05
대통령 지지율이 80%를 넘는 나라가 있다. ‘대통령(Presidente)’이라는 이름의 맥주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중남미 국가라는 힌트를 주면, 독재국가나 폐쇄경제 국가를 떠올릴지 모르겠으나 중남미에서 정치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되고 개방된 국가로 평가받는 나라다.

인상적인 수치가 두 개 더 있다. 첫째, 중남미 전체 1위이며 중남미 평균의 3배를 넘는 7.3%의 경제성장률이다. 최빈국 아이티와 쿠바, 디폴트 위기의 코스타리카, 베네수엘라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더욱 돋보인다. 둘째, 이 나라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신차의 시장 점유율이다. 2010년 이후 한국산 신차는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2013년에는 점유율 35%를 넘겼다. 로저스, 나바로 등 국내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로 이름이 익숙해진 도미니카 공화국의 얘기다.

수입차와의 경쟁으로 국내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것을 고려할 때, 30%가 넘는 점유율로 신차판매 1위를 유지하는 것은 놀라운 실적이다. 대사관과 무역관 외 국내 대기업 주재원이 한 명도 없고 한류 바람도 불지 않은 이곳에서 한국차의 성공 배경은 무엇일까.

3년 전, 리스기간이 만료된 공용차를 교체한 일이 있었다. 새로 리스한 차량도 같은 모델의 한국산 SUV로, 외부와 내장재 색깔까지 이전 차량과 같았다. 직원들도 세차가 깨끗하게 된 것으로만 생각했지 차량을 교체한 사실은 몰랐다고 한다. 4년이 지난 국산 SUV가 신차의 성능과 승차감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별도로 구입한 국산 세단 차량을 21만 마일까지 운행한 뒤 매각할 때도 렌터카 딜러는 매입 희망가를 50%나 올려 제안했다. 그만큼 성능이 괜찮게 유지된 것이다.

도미니카 공화국 사람들만의 구매 특징은 ‘편견 없는 실용주의’다. 시내 주요 거리의 이름을 처칠이나 링컨, 케네디로 붙일 만큼 개방적이고 성과 지향적이다. 고급 식품매장엔 비싼 수입품이 넘쳐 나지만, 품질ㆍ가격경쟁력을 갖춘 자국산 커피와 프레시덴떼 맥주가 스타벅스와 수입맥주를 압도하고 있다.

한편,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팔리는 한국 신차 가격은 국내보다 높다. 대부분 싼타페, 쏘렌토, 베라크루즈 같은 중형 SUV 모델이다. 1인당 GDP가 5900달러인 이 나라에서 한국산 신차를 사는 계층은 고소득 중상류층이다.
산토도밍고 국제학교에 한국 SUV로 자녀를 등하교시키는 학부모들에게 한국차를 선호하는 이유를 물었다. “Excellent driving performance, excellent design!”. 빼어난 성능과 디자인 때문이라는 게 대부분의 대답이다.

한국차의 놀라운 선전엔 현지 딜러의 탁월한 마케팅과 관할 해외법인의 노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차의 경쟁력’ 자체를 인정받은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 아닐까. 엔저, 위안화 절하, 내수침체, 수출부진 등 우리 경제엔 불안감이 가득하다. 수출부진 타개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우리 기업이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충분히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든 30%의 시장 점유율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자신감으로 겁 없이 도전하고 실행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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